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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평리이평온 Feb 28. 2024

큰아들을 응원해

큰아이가 서울로 떠났다. 늘 데리고만 다녔지, 공항에 내려주고 가방을 맨 채 멀어져가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모든 게 우리 부부의 처음이었던 큰아이가 아빠를 뒤로하고 딛는 발걸음에 걱정과 기대의 마음이 바위틈에 갇힌 물결처럼 소용돌이쳤다. 아이가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아비는 아이의 낯선 발걸음 앞에 등불을 밝히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예비해 주고 싶다.     


제주 그것도 촌에서 학교와 학원만 다니던 내향적인 큰아이는 이제 큰 도시 서울에서 독립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티켓을 잃어버려 재발급하는 소동을 벌이며 비행기를 타고 공항철도에서 국철로 갈아타는 서울역에서 헤매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학 기숙사에 도착한 모양이다.     


피곤하고 낯설었을 텐데도, 도착하자마자 미리 보낸 택배 속 옷가지를 기숙사 방에 깔끔하게 정리한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보내왔다. 이게 뭐라고, 다 큰 아이인데도, 품속 아이가 내딛던 걸음마를 보는 것처럼 대견한 마음이 마음속에서 훅 일었다. 자람과는 무관하게 부모에게 아이는 여전한 아이인 것 같다. 불현듯 어딜 가나 늘 전화로 안부와 밥 먹었는지를 물으시는 시골집 늙은 어머니의 목소리와 표정이 떠올랐다. 이제 나도 부모의 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부모의 울타리 맨 끝에 서 있는 아이의 첫걸음을 응원한다. 이제 집을 떠났으니 어쩌면 평생 같이 살날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아이의 일상을 마음껏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삶 구석구석에 아빠와 엄마의 온기가 남아 있기를 기대하고 아이에게 펼쳐질 넓은 세계에서 지치지 않고 달음박질하기를 기대한다.

      

벚꽃 맛집으로 손꼽히는 캠퍼스에서 눈이 부시게 찬란한 봄날을 열어갈 것을 응원하면서도 한편 마음이 시린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겠지.     


여전히 거실에 누워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둘째와 셋째 아이를 떠나보낼 날도 곧 오겠지. 그때는 시골 부모님처럼 우리 부부만 남게 되는 걸까? 그게 인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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