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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평리이평온 Mar 24. 2024

비오는 날 아침 일기

꿈을 꿨다.

말하기도 창피할 사소한 액수의 금전을 가지고 마음고생하는......

 

눈을 뜨니 어슴푸레한 새벽의 기운이 창밖부터 번져나 거실을 침노하고 있었다. 

밤새 비가 오는지 목재 테라스 가장자리로 물방울이 쉴새없이 동심원을 그리며 부서지고 있다.

 

기억도 나지 않을 꿈에 시달렸나 잔뜩 몸이 굳었다. 

3KG 아령을 들고 스트레칭을 한다. 몇 분의 운동에 다행히 몸이 풀렸다.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뒤편 창을 바라보니, 비가 들이치지 않는 테라스 안쪽에 마련해 놓은 나무로 된 귤 상자에 치즈색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려 잠을 자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규칙적으로 새근새근 댄다. 

아이 엄마의 작은 수고가 밤 내 비를 맞고 정처 없이 서성였을 생명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것 같아 반갑다.

 

막내 아이가 밤 내 앓았다고 한다. 

작년부터 다 컸다고 여겼는지 엄마 품을 벗어나더니만 아프면 결핍이 되면 엄마의 넓고 아늑한 품이 그리웠나 보다. 

덕분에 아내는 잠 한숨 못 자고 아이의 열을 내리느라 밤을 지새웠단다.

 

아내는 어제 잔뜩 끓여놨던 미역국을 데운다. 

제주의 미역은 도톰하면서도 부드럽고 담백하다. 

아침 출출한 속을 채우는 데는 제격이다. 

후추통을 몇 번 돌려 알싸한 맛을 더해 후루룩 한 그릇을 먹었다.

 

조도가 낮은 사위덕에 마음 역시 차분하다.

오늘의 낮은, 하지만 차분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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