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레멘티 소나티네 op36-3을 연습하고 있는데, 곡 빠르기 spirititoso의 속도감 무엇! 내 손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원장님이 치시는 걸 보고 있으면 누가 쫓아오나 싶게 정신없게 달리는 듯하다.
나는 일단 첫 음인 점 사분음표를 누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길게 쉬었다가 다음 음을 치는데, 이때 이미 템포를 놓쳐 버렸다. 왼손으로 8분 음표로 미도미 도미도 건반을 치면서도, 찰나 같은 순간이라도 오른손이 쉬고 있으니 템포가 느려진다. 원장님이 옆에서 템포를 올리라고 주문하셔서 혼신의 힘으로 끌어올려보지만, 10마디째에 들어서면 내 손은 갈 길을 잃어버리고 버벅거리다가 나몰랑 상태가 되고 만다. 템포 챙기다가 페달과 악상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진 오래전이다. 말해 뭐해.
문제는 왼손이다. 왼손이 느리다. 메트로놈을 맞춰 놓고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여쭸더니,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메트로놈에 맞추는 것도 어렵고, 결국엔 따로 놀게 된다며, 말 끝을 흐리셨다. 그냥 죽자살자 쫓긴다 생각하고 치는 수밖에 없는 건가, 생각하다가 초시계가 생각났다. 원장님이 연주하시는 걸 시간 재서, 그 시간에 맞추는 걸 목표로 연습하는 거다. 한 달가량 연습을 한 상태여서 곡은 익숙해져 있고, 템포가 문제니 깐(악상과 페달도 문제이긴 하나…) 초시계로 연습해보자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할 말을 잃고, 아……., 어이없어하셨지만, 시범을 보여주셨다. 와! 2분. 곧바로 나도 연주를 시작했다. 4분 14초. 와……. 2분이나 더 당겨야 하는데, 가능할까? 왼손아 힘내라!
이 글을 쓰면서 유튜브에서 연주 동영상을 찾아보는데, 임동혁 씨가 앵콜곡으로 연주한 영상이 있다. 흠, 악보 없이 치는 것도 신기하고, 여유가 넘친다 못해 줄줄 흐른다. 좋겠다. 저런 연주자의 삶 한 번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초등학생들 콩쿠르 영상도 있는데,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지는 반면 이 연주는 편안하다. (사실, 소리만 들었다면 차이 못 느꼈겠지만 ㅋㅋ)
아무튼 오늘부터 하루 종일 이 영상만 봐야겠다. 이 속도감이 귀에 붙으면 나도 반에 반이라도, 그러니깐 3분 만에 칠 수 있지 않을까? 왼손아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