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나는 결혼을 하면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한 남자의 완전한 사랑,
그 남자와 이룬 가정 안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생명,
세상의 모진 풍파를 이겨내는 단단한 가정이라는 울타리.
그 안에서 나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싶었다.
새 집,
새 가구를 준비하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족을 이루는 첫 발을 내딛는 것이
나는 신학기가 되어 새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설렘으로 가득 찬 새 출발이었다.
상상하는 것 전부 그릴 수 있는 새하얀 도화지를 받은 아이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가 있는 다른 종족이었기에
쉽게 친구가 될 수 없었다.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수도 없이 많았고, 보였기에
우리는 때로 서로를 공격하는 적이 되기도 했다.
우리 밖으로 울타리를 쳐야 했었는데,
많은 날들을 서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각자 영역을 만들어 성벽을 쌓곤 했다.
'빨간색 모직 코트'는 가족의 형성을 떠오르게 한다.
이 옷은 남편이 예단으로 내 동생에게 주었던 선물이다.
20년 전 주었던 그 선물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있다.
단순히 동생이 입지 않는 옷이기에 돌려준 것일 수도 있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원가족과 남편은 사이가 좋지 않다.
첫 사위였던 남편은 미숙했고, 그런 남편을 친정아버지가 나무라기도 했다.
그 사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했었는데 사실 나는 친정 편을 더 들었다. 남편을 바꾸고 싶었다.
나의 원가족 울타리 안에 남편을 가두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실패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원가족 안에 상대를 욱여넣으려다가 이제는 적당한 선을 지키며 각자의 일을 하는 공동 작업자가 되었다. 서로의 가족이나 서로의 일을 깊이 공유하지는 않는다. 선을 넘으면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 습성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했던 천국 같은 가정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돕는 사이가 된 것 같다. 서로의 필요를 알고 채워주는 동반자 정도는 된다. 더 많은 것을 바랄 때 어김없이 신뢰가 무너지고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나는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남편을 심리적으로 가장 멀리에서 지그시 바라볼 때 마음이 편안하다.
이것이 내가 이룬 가정의 모습이며, 나는 이대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