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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Sep 20. 2023

위로와 행복

허울뿐인 구호가 되지 않도록 다짐합니다.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부끄럽게도 사회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는 나지만 최근 일어난 교사들의 죽음과 관련된 일들은 나와 동떨어진 것 같은 뉴스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교직 사회나 문화를 비평하거나 문제점을 진단할 만큼 넓고 큰 시야로 보지도 못할뿐더러 글로 풀어내 못한다. 여러 뉴스 기사들을 보며 생각의 범위를 넓혀갈 뿐.




학교 안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였을 때 나에게 남은 단어는 '위로와 행복'이었다. 학교 생활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었고, 이제는 내 안에 가득 차 있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선생님들이 그저 한 생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연민이 느껴고 그들이 모두 위로를 받고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내가 어떤 조그만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었다.


특히 선생님들에게는 교사로서의 삶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었다. 선생님들께 내가 어떤 솔루션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잘 듣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지지하는 것이 전부일 때도 있다. 하지만 수업이나 평가에서는 요청하신다면 실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나의 전문성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해 오긴 했다. 그래서 결국엔 수석교사가 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학교에서 많은 에너지를 들이는 것 중 하나가 메신저 답장이다. 학교의 업무 메신저는 대부분 업무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화'라는 느낌보다는 '전달'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또 컴퓨터 화면에 텍스트만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단지 컴퓨터의 알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메신저도 '사람'이 보내는 것이다. 그 너머에는 내 동료인 선생님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전달 메시지에 항상 응답을 한다. 눈을 맞추며 반응하듯이,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선생님의 애씀에 감사드리는 답장을 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설사 그 최선의 정도나 모습이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각자는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각자의 노력을 인정하고, 알아보고, 감사드리는 것이 따뜻한 위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말로, 어떤 때는 간식으로, 어떤 때는 함께 함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잇따른 교사의 죽음을 뉴스로 접며 내 옆에 그와 같이 힘들어하는 동료가 없을 거라 쉬이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되었는가? 가 해오던 일들로 충분하였는가? 내 옆의 동료에게 위로와 행복을 드리고 싶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마음을 나누어야겠다. 함께 하자고 먼저 손 내밀어야겠다. 서로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같이 살아가야겠다.




한 달도 더 전에 쓴 글을 이제야 발행한다. 늦은 감이 있어 발행을 망설였지만 이 글을 발행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새 글을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서이다.


내 다짐을 꼭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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