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토종 기자, 최상훈과의 인터뷰①

'그래 나 토종이다' 그 아홉 번째

by Sujiney


우리 모두는 네이티브 스피커다. 코리안 네이티브 스피커. 어쩌다 보니 영어가 세계를 지배하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인 세상에 살고 있을 뿐.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말하려면 반드시 영어권 국가에서 수년을 살아야 할까? 답은 아니다. 이 사람이 증명한다. 뉴욕타임스(NYT)의 서울특파원, 최상훈 기자.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실전 팁에서 벗어나 번외 편으로 최상훈 기자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브런치 독자를 위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최상훈 선배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본격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우선 기본 정보부터. 최상훈 선배의 NYT의 바이라인(byline, 기자명)은 Choe Sang-Hun이다. 제임스 최, 리처드 최, 이런 버터 냄새 폴폴 나는 영어 이름은 안 쓴다. 부모님께서 주신 이름 그대로다. 미국인 에디터들은 ‘생훈’ 또는 ‘쌩훈’이라고 부른다.


아래가 NYT의 최상훈 특파원 기자 페이지. 사진도 있다.



영어신문에 근무하던 만 8년 간, 최상훈 선배의 글은 내게 등대였다. 글을 어찌 써야 할지 몰라서 막막할 때, 무조건 www.nytimes.com으로 가서 Choe Sang-Hun을 타이핑했다. 그렇게 나온 기사를 읽고, 때로는 필사까지 했다.


NYT 기자 페이지는 최상훈 특파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Choe Sang-Hun is the Seoul bureau chief for The New York Times, focusing on news on North and South Korea.

He worked for The Associated Press for 11 years before joining The Times in 2005. He is a co-author of two books on Korea and co-editor of another two, also on Korea. He was a 2010-11 fellow in Korean studies at the Walter H.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 of Stanford University. He has won journalism awards for his reports on Korea and Myanmar, including a 2000 Pulitzer Prize


최상훈은 뉴욕타임스의 서울 지국장이며 남북한에 관련한 뉴스를 주로 다룬다.

2005년 NYT에 들어오기 전, 그는 AP에서 11년 일했다. 한국에 관한 공저를 2권 썼으며, 역시 한국에 관한 다른 책 두 권의 에디터였다. 2010~2011년에는 스탠퍼드대의 월터 H. 쇼렌스타인 아태 연구센터의 한국학 센터에서 펠로우였다. 한국과 미얀마 등에 관련한 기사로 다수의 상을 탔으며, 그중엔 2000년에 수상한 퓰리처 상도 있다.



멋지지 않나. 이런 최상훈 특파원은 토종 경상도 싸나이다. 영어를 언제 처음 접했는지 물으니, 놀라지 마시라, 중학교 영어수업 때였다고 한다. 아래는 인터뷰의 일문일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이 아닌 e메일로 진행했다.


Q: 영어,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A: 영어는 중학교 영어수업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대학 들어갈 때까지 영어 성적이 좋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오 마이 갓. 중학교 때까지 영어를 접한 적이 없었던 것도 모자라, 대학 입학 전까지 영어 성적이 좋지도 않았고 관심까지 없었다니.


최상훈 특파원의 영어 실력을 증언하는 네이티브 스피커들 몇몇을 소개한다.


1) NYT의 현재 홍콩지국 에디터(미국인, 50대): “최상훈은 내가 아는 기자 중 가장 아름다운 영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다. 그의 기사를 에디팅 하다 보면 분할 때가 있는데, 내가 대체 고쳐야 할 게 하나도 없을 때가 많아서다. 에디터가 할 일이 없게 만드는 진정한 훌륭한 기자다.”


2) NYT 에디터를 거쳐 현재 미국 워싱턴 스타트업 매니저(미국인, 40대): “영어 공부 잘하고 싶은가? 생훈의 기사를 무조건 읽고 베껴 써라. 그럼 된다. 그의 영어는 퍼펙트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보통 미국인보다 더 잘 쓴다.”


이런 특파원이, 대학교까진 영어 성적이 좋지도 않았다니. 그래서 다음 질문을 할 수밖에.




Q: 10대엔 어떻게 공부하셨는지요? 20대 코리아헤럴드 입사 전까지는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알려주세요.

A: 우연한 기회에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게 되고 대학 3학년 때 복학한 후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혼자 열심히 공부한 게 영어실력을 늘리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영어에 관심도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고요. 공부는 문법, 어법, 문장 구조, 단어 쓰임새 등을 꼼꼼히 분석하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역시, 계기는 있었다. 주한미군과 함께 복무하는 한국 군인을 가리키는 카투사(KATUSA)에 근무했던 것. 최 선배에겐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군 복무였던 셈이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밑줄 쫙.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혼자 열심히 공부한 게 영어 실력을 늘리는 계기”라는 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건 영어를 좋아하게 됐다는 뜻. 좋아하니까 잘하고 싶은 건 당연지사. 영어건 수학이건 집안일이건, 좋아해야 잘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그런데, 좋아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방법이 중요하다. 최상훈 선배가 이미 꿀팁을 제시했다.

“문법 어법 문장 구조 단어 쓰임새 등을 꼼꼼히 분석하는 습관”이란 말이다. 문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요즘 들어 문법을 등한시하는 풍조가 있는데, 그러면서 영어, 아니 모든 외국어를 잘하고 싶어 한다면 욕심이다. 문법은 건물로 치면 기초 공사, 뼈대다. 뼈가 없이는 근육도 붙을 수 없다.


문법과 어법, 그리고 문장 구조를 공부하면서 그다음에 최상훈 선배가 중시한 건 단어 쓰임새. 영어 공부에 재미를 붙이다 보면 단어 공부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하나의 단어가 5개 이상의 뜻을 갖고 있는 때도 있고,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된 비슷해 보이는 단어의 뜻이 전혀 다를 때도 있다. 이런 걸 놀이처럼 공부하다 보면, 영어 실력은 절로 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친해둬야 할 존재가 하나 있다. 사전.


일본 영화 '행복한 사전'의 포스터. 원제는 '배를 엮다'(ふねを編む)이지만 한국어 제목이 왜인지 더 좋지 않나. 사전을 그야말로 엮어내는 이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으면서 예문도 다 읽어보자. 그럼 그 단어에 대한 기억도 더 풍부해지고, 문장 구조 역시 다양하게 익힐 수 있다. 요즘엔 다들 포털사이트에서 사전을 검색해 쓰는데,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거나, 내가 공부한 단어로 시험까지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이 있으니 적극 활용해보자.


그런데, 꼰대스럽다고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종이사전을 권하고 싶다. 무겁긴 해도, 내 손으로 직접 종이를 넘겨가며 단어를 찾고, 줄도 그어가며 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문자 그대로 체감되는 효과가 갑절이다. 나중에 숙달하면 찾으려는 단어를 한 번에 넘겨 찾게 되기도 했다. 그만큼 그 사전이 내 손에 익었다는 증거일 것.


글이 너무 길어졌다. 최상훈 특파원과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에 계속된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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