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토종영어로

‘그래 나 토종이다’(로 시작한) 18번째 브런치

by Sujiney

※ 2022년 10월에 덧붙이는 후기.

아래 글 발행 후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제목을 바꿔달았다. 원래는'82년생(쯤) 김지영의 덕질 영어' 였지만 이렇게. '꿈은 이루어진다, 토종영어로.'


아래 글에 썼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그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를 그사이 직접 인터뷰하고 만나는 행운을 누린 덕이다. 한국 기자로서는 모두 단독 취재. 감사한 행운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057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5704


기사에 못다쓴 이야기 보따리도 다음 기회에 풀어놓을 예정. 우선, back to the 원문.




잘 나가는 여자들이 궁금하다. 잘 나가는 여자들의 전/현 남편들은 더욱 궁금하다. 혼자 살아도 멋질 (둘이어도 대개 멋지지만) 그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고 지켜가고 있을까. 또는 어떻게, 왜 파탄이 났을까.


말하자면 잘 나가는 여자들에 대한 일종의 덕질이다. 아무래도 역사적&사회적 이유로 한국 밖에 더 많으므로, 이들에 대한 정보를 캐는 데는 영어가 유용하다.


카말라 해리스를 보면서도 정작 나는 그의 남편이 궁금했다. 백인이 아닌 미국인, 그리고 여성으로서는 미국 사상 처음으로 부통령 후보가 된 그 해리스 말이다. 조 바이든-카말라 해리스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11월 3일)에서 승리한다면, 해리스의 남편도 미국인 남성 최초로 부통령 남편이 된다. 일부 (친 민주당) 미국 매체들은 벌써 ‘the Second Gentleman’이 나오는 거 아니냐고 호들갑이다.


카말라 해리스 공식 사진. '카말라'는 '연꽃'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사족이지만 ‘해리스’ 이름 석 자 때문에 외교안보분야를 오래 했던 나는 자꾸 콧수염의 그분이 떠오르는데, 나만 그런 건지….

콧수염 결국 없애버리셨군요. “독립운동가들도 콧수염을 길렀다”라고 하셨는데. 오른쪽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트위터]


각설하고, back to the 여성 해리스 & 그의 남편.


법조인 부부다. 남편 이름은 더글러스 엠호프(Douglas Emhoff). 줄여서 해리스는 ‘더그(Doug)’라고 부른다. 해리스와 1964년생 동갑내기다. 해리스가 혼전 성(姓)을 유지하기에 사실혼 관계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2014년 소개팅으로 만나 혼인신고도 했지만 해리스가 페미니스트 검사 출신답게 자신의 성을 유지한 것.


카말라 해리스 부부 사진. 결혼 7년 차에 신혼 같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로이터]


해리스는 첫 결혼이지만 엠호프는 ‘돌싱’이다. 전처 커스틴 매킨과 25년간(무려 사반세기?!) 결혼했으나 이혼했다. 자녀는 둘이다. 아들 콜(Cole, 냇 킹 콜에서 따왔다고)과 딸 엘라(Ella, 엘라 피츠제럴드에서 따왔다니 재즈 광팬인 듯). 커스틴 매킨은 영화계에 종사한다고 한다. 해리스가 자랑스럽게 밝히는 별명은 ‘마말라’다. 엄마(Mom)와 자신의 이름 카말라를 섞은 Momala.


엠호프의 이혼 사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부부의 세계’ 식의 이혼은 아니었는지, 해리스와 엠호프, 커스틴 이 셋은 절친한 사이라고 주장한다. 해리스 본인이 지난해 엘르 매거진에서 직접 밝혔다. 링크는 여기.

https://www.elle.com/culture/career-politics/a27422434/kamala-harris-stepmom-mothers-day/


해리스는 남편의 전처를 추켜세우는 대인배 면모를 보인다. 해당 부분 번역문은 다음.


“콜과 엘라와 친해지면서 커스틴이 얼마나 멋진 엄마였는지를 알게 됐어요. 커스틴과 나는 만나자마자 친해졌고 지금도 친한 친구랍니다. 엘라의 수영 수업이나 농구 대회에 우리 둘은 함께 나가서 미친 듯 응원을 해서 애가 좀 창피하다고 할 정도죠.”


해리스와 엠호프는 결혼 7년 차에 깨를 볶는다. 지난해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당시, 엠 호프는 말 그대로 몸을 던져 해리스를 엄호했다. 한 민간 주최 토론회 무대에 오른 해리스에게 갑자기 시위대 일원이 불만을 토로하며 무대로 난입했다. 그 순간 경호원만큼 재빨리 움직여 해리스를 지킨 인물이 남편이었다. 아래 BBC 영상을 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NruvbQpv0yU


그날 엠호프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여러분들의 격려, 감사하다. 그녀를 위해 내가 못할 일은 없다. 사랑해.”


꿀이 아주 그냥 뚝뚝 떨어진다. 사랑꾼 남편 인정. 몸으로도 보여줬으니 말뿐 아니냐는 말도 못 하겠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목받은 날에도 이런 트윗을 올렸다. “America, let’s do this!” 바이든과 해리스가 함께 있는 사진이다. 자신의 부인이 아닌 여성과는 식사도 단둘이 하지 않는다는 일명 ‘펜스 룰’의 주인공 마이크 펜스가 부통령인 지금과는 참 다른 세상이 될 것 같다.


해리스의 남편 엠호프의 열성 트윗. [트위터]


해리스 역시 남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여러 차례 “내 남편 더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미국인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10년은 더 살아봐, 라고 하고 싶지만 진짜로 변치 않는 사랑도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8월 22일은 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사랑은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법. 이런 염장 트윗 릴레이가 이어졌다.


남편 엠호프가 올린 트윗. [트위터]


"가장 사랑하는 카말라에게. 당신과 우리 가족과 친구들, 우리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인생에 건배.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결혼기념일 축하해. 사랑하는 D."


염장질은 이제 시작이다. 이런 화답 트윗이 떴다. 심지어 이걸 대표 트윗(pinned tweet)으로 설정한 미국 부통령 후보님.


해리스가 올린 트윗. [트위터]


"이 여정을 함께 할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어. 결혼기념일 축하해!" 란다.




미국 정치의 꽃은 연설이다. 소위 ‘말발’은 미국에서 정치인이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능력이다. 한때 말을 더듬었던 바이든이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강조했던 것도 자신이 어렸을 때 말을 더듬었지만 극복하고 지금 대선 후보로 나왔다는 거였다.


해리스가 누군가. 검사 출신이다. 말발 둘째가라면 서럽다. 다음은 그의 전당대회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


https://www.youtube.com/watch?v=JijFLcbIqMs&t=555s


미국식 연설의 핵심은 유머와 풍부한 일화(anecdotes)들이다. 해리스의 연설 역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유머를 섞는다는 점에서 일품이다. 그런 그가 애용하는 연설용 유머와 anecdote의 재료는 남편이다. 해리스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제 남편이 제일 잘생겼을 때가 언제게요? 어니언 고글을 끼고 요리할 때랍니다!”


어니언 고글이 뭘까? 구글링을 하자 이런 게 나온다.



양파를 썰 때 눈이 매운 걸 방지하기 위해 끼는 안경이다. 이런 걸 쓰면 정우성도, 미켈레 모로네도 잘생김이 덜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잘생겼다니까 뭐, 유구무언이다.


20200817_194920.jpg 어니언 고글 껴도 멋있을 남자 여기 있네♡


해리스는 처음엔 남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싶어 했다. 그러다 전략을 수정해 지난해 경선 캠페인에서 남편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CNN에 따르면 처음에 남편을 보고 해리스의 보좌관들은 “저 남자 누구지?”했다고 한다. 그랬던 엠호프가 이젠 해리스 최고의 보좌관이다. 마리 클레르 매거진은 엠호프에 대해 쓰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엠호프가 누구냐고? 해리스의 넘버 원 팬이다.”


최고의 여자를 위해 최고의 보좌관이 되어주는 남자, 최고다. 멋짐 인정. 한국은 언제쯤 이런 남자가 나올까. 궁금하다.



By SJ



참고한 기사 및 글

https://edition.cnn.com/2019/06/02/politics/who-is-douglas-emhoff-kamala-harris-husband/index.html

https://www.moneycontrol.com/news/world/what-kind-of-second-gentleman-would-doug-emhoff-be-5731521.html

https://www.elle.com/culture/career-politics/a27422434/kamala-harris-stepmom-mothers-day/

https://news.joins.com/article/23560686

https://www.marieclaire.com/politics/a29324892/who-is-douglas-emhoff-kamala-harris-husband/

https://en.wikipedia.org/wiki/Douglas_Emhoff

https://en.wikipedia.org/wiki/Kamala_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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