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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월매 Oct 04. 2023

비즈니스 좌석에 대한 열망

삼성전자의 이재용은 부럽지 않다. 반도체의 영광 덕에 그가 얻은 것은 평생 갤럭시 핸드폰을 써야하는 굴레에 갇힌 것 정도. 은은한 귀여움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유명세와 맡은 바 중책에 자산 관리까지 아마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조현아는 어떨까? 범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그녀는 지금도 평생 원하는 비행기를 공짜로 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뿐만이랴. 평민들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마카다미아의 존재를 널리 알린 땅콩사건으로 미루어 보아 일반인은 출장 또는 법인카드 없이는 쉽게 타 볼수 없는 비즈니스 석, 특히 미주 노선의 경우엔 퍼스트 좌석을 평생 타고 다녔을 것이다.


그녀가 한번이라도 3등석 아니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 어딜 가본 적이 있을까? 약간은 궁금해진다. 만일 그녀가 미끄럼방지 처리가 된 플라스틱 식판에 나오는 이코노미 기내식의 따뜻한 은박지를 조심스레 벗겨내며 입맛을 다신 적이 있다면, 피치항공을 타고 간사이 공항에 내려 제2터미널이라 부르는 간이건물에서부터 길고 긴 공항의 출구를 찾아 헤매어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고작 마카다미아 서빙이 마음에 안들어 그렇게 열을 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촌스럽긴 하지만 나는 비즈니스석을 타보는 것이 꿈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수도없이 비행기를 타봤으나 전부 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이었던 시절의 내돈내산 또는 부모님돈내산으로, 일반석의 두배가 넘는 비행기삯을 덜컥 지불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속 유명인이나 주변인들을 보면 어쩜 그렇게 멋지게도 모두들 비즈니스를 타고 여행하고 있는지.. 이코노미석에서의 여행 인증샷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틀림없다.


딱 한번 비즈니스 석에 타본적이 있다. 일본 도쿄로 가는 ANA 항공의 비행기. 친구와 함께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운이 좋게도 남는 좌석으로 승격이 된 케이스였다. 아마 오버부킹으로 이코노미석에 자리가 없어서 우리에게 떨이의 기회가 주어진걸수도 있다. 이코노미석은 꽉 찼었을까? 하지만 그들의 사정따위 상관없다. 나는 대 비즈니스석 승객이니까..


그당시 내게 주어졌던 것은 일찍이 경험한적 없던 넓찍한 공간과 다리까지 올라가는 쾌적한 좌석, 슬리퍼, 작은 로션 등 뭐 그런 것들이었다. 친구와 나 사이에는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가림막이 있어 도시인의 고독함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스탠드처럼 생긴 작은 램프가 내게 주어진 2시간여의 시간동안 허락된 유일한 읽을 거리인 기내 면세품 팸플릿을 자세히 읽을 수 있도록 밝혀주었다.


기내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짤그랑 거리는 은색 식기가 헝겊으로 된 냅킨에 곱게 싸여져 제공됨으로써 지금까지 비좁은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식기 비닐을 뜯어내던 이코노미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전채요리와 메인요리가 나눠진 코스요리를 비행기 위에서 즐기다니! 샴페인까지 한잔 하고 나니 이렇게도 행복할수가 없었다. 국적기도 아닌 ANA항공에서 이정도라면 한국의 훌륭한 대형 항공사들의 비즈니스석은 대체 어떠하단 말인가?

당장에 유튜브에서만 봐도 넘치는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 후기에 이제는 퍼스트 클래스니 아랍에미레이트니 하는 해외 고급 항공사 비행기 탑승기 후기들까지 많이들 올라오는 마당에 참으로 소박한 꿈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작은 것에 행복한 사람. 좁은 공간 안에서 허락된 약간의 편안함에 내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지 대단히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런 열망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은근히 즐기고 있기도 하다. 맨날 좋은 좌석만 타봤다면 귀엽게 키가 작은 글라스에 따라지는 샴페인에 마음 설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대단한 비즈니스석은 못타봤지만 아마 머지않아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의 비즈니스 자리를 한번쯤 타 볼 수 있지 않을까? 직장도 다니고 있고 마일리지도 열심히 모으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가끔씩은 마치 적금통장을 보는 것처럼 마일리지가 모이는 것을 구경한다. 이루어질것만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쉽게 이룰 수도 있을 작은 소망을 하나 안고 사는 것은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다.


올해 초 타봤던 폴란드항공의 프리미엄이코노미석. 본전을 뽑기 위해 술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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