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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내음 Nov 18. 2023

슬픈 계란 프라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거리 두기가 막 사라진 영화관 로비에는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내가 선택한 영화를 보러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북적대던 로비와 달리 안이 썰렁하다. 영화라기보다는 어려운 현실에 처한 한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마음이 착잡하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한 명 한 명 들어오는 관객을 바라본다. 그들이 그렇게 반갑고 정답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몇십 명 안 되는 우리 들은 영화를 보는 순간 모두 하나였다.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현실에 한숨을 내쉬며 작은 탄성을 지르며 어두운 화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아내를 감옥에 보낸 주인공이 아파트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다. 빛을 차단한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그의 모습이 처연하다. 언제쯤 거실의 블라인드를 활짝 제치고 밝은 공간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소박한 밑반찬과 겹쳐져 있는 계란 프라이가 클로즈업되며 어느덧 엔딩 자막과 음악이 흘러나온다.



   

캄캄한 영화관을 나오니 젊은 연인들이 팝콘과 음료를 양손에 들고 로비로 쏟아져 나온다. 영화 속의 슬프고 어두운 현실과 영화 밖의 즐겁고 밝은 세상이 공존하는 이 현실이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슬픔과 웃음은 서로 통하는 걸까. 담백한 계란 프라이에서도 슬픔이 느껴지고, 웃는 사람들 모습에서도 웃음 뒤에 가려진 슬픔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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