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다
익숙한 단골 카페로 향하는 발길은, 마치 오래된 서가를 찾는 듯 정겹고 느긋하다. 한적한 공간 속,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이 혀끝에 닿는 순간, 문득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유쾌한 속삭임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이어폰을 꽂고 《커피 칸타타》(BWV 211, '조용히! 떠들지 마세요')를 재생한다.
수많은 종교적 걸작을 남긴 대가 바흐가 빚어낸 이 작품이 놀랍도록 세속적이고 일상적이라는 사실에 미소 짓게 된다.
당시 유럽을 휩쓴 커피 열풍을 배경으로, 이 곡은 짧고 생동감 넘치는 희극 오페라처럼 펼쳐진다. "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다"라고 노래하는 딸 리스헨의 아리아는 이 작품의 절정이다. 영리한 리스헨은 결국 혼인 계약서에 '커피 섭취의 자유' 조항을 몰래 넣어 사랑과 커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는다. 이처럼 진지한 음악가의 인간적인 유머와, 커피라는 매개체가 만들어낸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를 만날 때, 나 역시 달콤한 유혹 속에서 기꺼이 이 글을 쓴다.
"또 카페니?"
혼자 카페 가기를 좋아하는 나를 두고, 친구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진다. 더 조용하고 편안한 집을 놔두고 왜 굳이 그곳을 찾아가느냐고. '일일일카( 하루에 한 번씩 카페 가기)', '일일삼카(하루에 세 번 카페 가기)'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카페는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행복을 충전하는 장소가 되었다.
나는 커피 맛보다는 그 분위기를 더 사랑한다. 내게 카페는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커피 향이 감도는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고, 창밖을 바라보며 느끼는 여유로움은 나를 숨 쉬게 한다. 내가 다시 찾게 되는 카페의 조건은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음악, 음향, 조명 등 공간이 풍기는 전반적인 정서이다. 넓지 않은 한 공간에서 각자 모여 앉은 사람들. 그들 사이의 잔잔한 소음은 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이 아닌, 나 혼자만의 고독이 허락된 낯선 도시를 순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상과 만남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들이 흔적을 남긴다. 너덜너덜해지고 울퉁불퉁해진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이상하게도 카페에만 들어서면 그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따스한 커피 향과 배경처럼 깔리는 잔잔한 소음이 마음의 거친 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오래된 흉터가 천천히 아물듯, 카페는 나를 차분히 감싸 안는다.
'그게 다 뭐라고, 지나간 일인데...'
손에 쥔 커피 한 잔의 온기가 속삭이는 듯하다. 누구는 매일 드는 커피값을 절약하라고 충고하지만, 내게 이 한 잔은 단순히 먹으면 없어지는 소모품이 아니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에 대한 투자이며, 나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성실한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도 나는 카페라는 이 작은 섬에 닻을 내리고 마음을 쉰다. 커피 한 잔의 온기처럼, 소소한 기쁨과 자잘한 근심 걱정이 무늬를 짜 넣는 이 공간에서,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삶의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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