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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내음 Apr 27. 2024

<각각의 계절>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은 우리 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과거에 대한 기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해결되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여러 가지 감정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 펼쳐진다.

 

 ‘각각의 계절’은 권여선 작가의 단편 소설 7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기억’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기억을 떠올리며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사슴벌레식 문답’의 준희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가 깨진 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베르타’는 죽은  마리아에 대해 제멋대로 말하는 남들의 경박함을 비난한 자기 역시 자신도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실버들 천만사’의 반희 또한 딸 채운을 생각하다가 딸의 고통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아서 밤새 고민하고, 기억의 왈츠’의 주인공도 삼십여 년 전 기억과 마주하며 자신의 오만과 어리석음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기억은 이미 오래전 알지 못하는 어느 경로로 잘못 들어가

돌아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동그랗게 갇혀있었는지도 모른다.   

기억의 내용은 동일해도 그 뉘앙스는 바뀐 지 오래인데 말이다. 사슴벌레식 문답처럼.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든 들어와"

어디로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나갈 수가 없어. 어디로든....


갇힌 기억 속의 내 옆에 쌍둥이처럼

 갇힌 지금의 내가 웅크리고 있다.’<사슴벌레식 문답>

   

갇힌 기억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슴벌레식 문답> 속의 내가,  왈츠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며 새로운 힘을 내는 <기억의 왈츠>로 마무리되는 것이 참 좋았다. 아무리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도  그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어둠이 내리고 잿빛 삼베 거미줄이 내 위에 수의처럼 덮여도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이 나를 타인처럼, 관객처럼 만든 게 아니라 비로소 나를 제 자리에 돌려놓았다는 걸 아니까.' 기억의 왈츠 중에서

 

많은 상처와  아픈 기억, 그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들의 삶을  추억하고 견디다 보면

어느새 한 계절이 지나가고 새로운 계절이 온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각각의 계절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고,  우리는 또 그곳에서 새로운 힘을 내고

새로운 희망을 가져본다.


기억의 끝예눈 언제나 새로운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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