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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콜과 구공탄 Jul 01. 2023

오늘은 나도 성덕!

사람, 덕질, 그리고 소통

 ‘덕질’은 무언가에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나무위키) 또는 어떤 물건들을 수집하는 행동을 포함한다. 내게는 덕질 하면 뭔가에 꽂혀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또 다른 말로는 이제는 대중화된 표현으로 ‘몰입’이 있고, 편하게 말하면, 어떤 것에 미친 사람 정도가 되겠다. 이 덕질의 심화 표현이 ‘성덕’이 아닌가 싶다. ‘성덕‘이 뜻을 검색해보니, 정말 생뚱맞게도 ‘성스러운 인물, 또는 임금의 덕’이라는 뜻을 던져준다. 아마 조선시대 세종대왕이나 영조와 정조가 백성에게 나눈 자비를 말하는 것이겠지.


 다른 검색 결과에 내가 자주 들었던 성덕의 의미를 찾았다. ‘성공한 덕후’. 성덕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한다. 덕질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그 일이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 덕질의 대상을 직접 만나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했거나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 세 번째는 와닿는 바가 전혀 없고, 가장 보편화된 쓰임새로 두 번째 사람들의 경우가 와 닿는다. 첫 번째도 많이 쓰이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가끔 보게 되는 사건으로 접하게 되서 그런지, 막연히 개인주의 시대라서 그런지, 아마도 당사자가 느낄 긍정적인 느낌에 비해 덕후에 대한  뉘앙스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 한 것 같다. 이기적이거나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생겨서일까? 아마도 성덕의 특징이 남이 뭐라고 하든 내가 꽂힌 그 분야 또는 사람에게 몰입하게 돼서 일 수도… 이렇게 볼 때, 내가 생각하는 성덕의 역기능은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게 주변을 놓치다 보면, 어느 순간 덕질의 대상 말고는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개인적인 이유로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덕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을지도…) 성덕에도 역기능성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이 부분이 성덕의 가장 치명적인 점일지 모른다.


 그러면, 성덕의 순기능은 무엇일까? 사실 오늘은 이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초반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몰입(flow)이다. 시간을 순삭 시키는 그 힘. 환경과 조건이 주는 그 어떤 제약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게 되는 시간. 성덕 분들은 분명 이런 몰입의 경험 한 가운데 있다. 성덕까지는 아니라도, 이런 몰입을 경험하는 장면을 주변에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식당에 가면 흔하게 목격한다.  무엇일까?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보면 홀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영상에 빨려들어간다고 해야 할까? 아마 그 스마트폰 사용의 순간에는 중력도, 시간도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스마트폰 과사용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부정적인 결과들이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는 이유도 누구든 잠시라도 일시적인 대상을 통해 몰입을 경험하고, 성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듯 하다. 결국,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는 각자가 성덕이 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야 보다 나은 나의 삶을 살 수 있을테니까. 온전히 나만을 위한 무언가에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는 부모들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기는 참 힘겨운 여건에 놓여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언제 나는 마음 편하게 웃게 되지?’ ‘내 마음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게 있지?’ 이런 질문들을 하고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사람들을 찾기 쉽지 않다. 그만큼 나 이외의 것들에 비중을 두고, 나 이외의 것들에 눈치를 보며 살기 때문이리라.


 나도 성덕까지는 아니지만, 몰입의 대상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농구. 국민학교 6학년 때 내 키는 167cm였다. 지금도 그 때 사진을 보면, 내 친구들은 내 어깨 밑에 있었다.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농구단의 농구를 보며 시작했고, 연고전을 보며 (지금으로 치면) 덕후로 가는 페달을 밟았다. 3점 슛 라인 그 너머에서 멀리서 던진 공이 돌고래처럼 솟아올랐따가 쏘옥! 하고 림으로 빨려드는 그 뭐랄까 짜릿함과 쾌감. 토요일도 학교 가던 5학년 짜리에게 무슨 쾌감하고 말고 할 생활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렇게 5학년을 보내며 나는 농구 전도사가 되었다. 축구를 하던 내 주변 친구들을 모두 끌어 모았다. 내 성격상 누구를 그렇게 끌어 모을 수 있는 편이 아니어서 더 신기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마 몰입한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이 아닐까? 평소 같은 내 것이 아니었을 법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거의 5년 동안 친구들과 미친놈처럼 농구를 했다. 우레탄 코트가 없던 그 시절, 비가 온 직후 진흙 운동장에서 럭비 하듯 농구를 했고, 아침 8시에도 못 일어나던 내가 새벽 5,6시에 동네 편의점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근처 고등학교로 향했다. 이삼십 대를 지나고 이제 40대가 되었어도 그 때만큼 뭔가 미쳐 살았던 적이 없었다. 농구로 성공을 한 것도 아니고, 좋아하던 문경은 선수를 만난 적도 없지만, 지금도 TV에 농구 예능이나 문경은 감독이 나오면 그렇게 반갑고,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성덕까지는 아니어도 덕후가 되어본 적 있는가? 이왕이면 덕스러움을 지닌 성덕이면 좋겠지만, 나의 일상에 반전을 선사하고 기분 좋은 짜릿함을 선물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볼만 한 덕질이라면, 기꺼이 해보고 싶다. 외노자로 살아가는 지금도 종종 그런 꿈을 꾸곤 한다. 내가 시간 순삭시킬 수 있는 일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는 장면. 생각만 해도 기분 좋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겁도 나고, 먹고 살기 힘들지만, 여전히 오늘도 나는 기분 좋은 덕질을 그려본다.


*화분 키우기나 청소처럼 일상적인 것부터 드론 조종이나 망원경으로 별자리 관찰하기와 같은 좀 어려워 보이는 것까지 무엇이 오늘 하루를 좀 더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을까? 내게 맞는 기분 좋은 덕질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만 했는데 괜히 설렌다.


20220521 - 202307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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