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콜과 구공탄 Dec 21. 2023

그냥 이렇게 살아보는거 어떨까?

사람, 삶의 이유 어휴, 그리고 소통

삶의 목표가 사라졌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딱히 해야할 것도 없다. 그저 가장이라는 위치에 따르는 책임감을 갖고 나를 믿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최소한 본으로만 살아가는 생명체(?)일 뿐이다. 적어도 지금은, 최근은 그렇다.


내가 왜 사는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를 알고 싶어 심리학을 시작했고, 상담사를 직업으로 삼고자 열심히 30대 초반까지 달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나를 이해하고 나니 드는 생각. ‘아, 내 인생인데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구나.’ 가는 곳곳마다 아픈 나는, 건강하지 못 한 내 몸뚱아리가 나를 붙잡았다.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할 때마다 어느 선 이상까지의 노력은 허용할 수 없다는 듯, 지쳤고, 쓰러졌고, 또 다른 병이 생겼다. 한계를 아는 열심을 갖고 사는 이런 삶만큼 허망한 것이 있을까?


또한, 형은 거대한 산이었다. 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족은 빼놓을 수가 없는데, 형은 부모님과 나를 늘 옥죄었다. 형을 핑계 삼아 내가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열심과 노력과 성실에 대한 나의 강박이 매우 크다. 그 누구도 나의 이런 태도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더 허망하다. 형을 보며, 자식을 대함에 있어 부모의 무기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배우지만, 동시에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 또한 아들과 딸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두 아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더라도 그들과는 별개로 아버지로서 내가 무기력한 부모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10월 11월 한창 죽고 싶은 마음에 삶이 요동쳤더랬다. 끊어질 듯이 허리가 아팠고, 지금은 무릎이 너무 아프다. 운동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저 최소한의 움직으로만 강도를 낮춰 할 뿐이다. 이걸 해도, 저걸 해도, 극복되지 않는 나의 몸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약한 몸에 지배당한 정신의 소유자다. 적어도, 2023년 12월 지금은 그렇다.


꼭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야, 또는 그걸 추구하는 자의 삶만 의미가 있을까?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돈도 꽤 벌고, 남들 보란 듯한 삶만이 의미가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이 낙서에 온통 무기력과 허망함이 지배를 하면서도, 의미 타령을 하고 있는 내 자신에 불현듯 깜짝 놀랜다.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될까? 하고 싶은게 없는 삶도 삶이고,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지만, 매일을 살아내는 것도 삶이다…. 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걸까? 이젠 하고 싶은 걸 찾는 것도, 그걸 못 찾는 내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도 지친다.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되는걸까? 만약, 혹시라도 그러면 안 돼…라고 한다면, 정말 극단의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냥 이렇게 살아보는거 어떨까?


20231221 23:19

작가의 이전글 불안정한 세상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