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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Peace Oct 08. 2020

4-3. 롤리 축제

1월 13일, 일요일, 델리, 맑음

오늘 집에 6시쯤에 돌아오니, 오늘 롤리라고 하는 축제가 있는 날이라 한다. 어쩐지 어수선하다. 롤리축제는 펀잡지방 사람들의 축제인데, 재미있는 축제다. 나중에 계속 설명하겠다.

(실제 롤리는 그렇게 아주 큰 축제는 아닙니다만, 원낙 놀고 즐기기를 좋아하는 펀잡 사람들(펀자비)에게는 중요한 놀거리입니다)

집에 친척들하고 해서 약 20명정도 있다. 내방에도 아줌마들이 많이 들어 앉아 있다. 그래서 나도 밖에 나와서 마나브(아들)랑 축제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8시정도가 되자 옥상에서 망고나무로 캠프파이어를 한다. 거기에 빙글빙글 돌면서 땅콩, 팝콘, 과자등을 캠프파이어로 던진다. 그리고 소원을 빈다. 무진장 오래 돈다. 한참 돌다보면 어지러워서, 어디가 불이고 물인지 모르게 될때쯤 되면 제자리에서 다시 기도를 한다. 팝콘은 충분히 던진다. 옆에서 계속 던질 수 있게 계속 준다. 

옆집을 보니, 이집 저집 옥상에 불 펴놓은 집이 한 둘이 아니다. 한집 건너 한집씩은 불을 켜 놓았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이 동네가 원래 펀잡사람이 많이 산단다. 

불 안 지핀 집은 펀잡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이들은 축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바뻐서, 아니면 올해는 그냥 넘어가지” 는 결코 없다고 한다.

캠프파이어 중입니다. 가운데 아저씨가 하숙집주인 아저씨. 오른쪽 두아들, 왼쪽은 사촌할아버지
오른쪽에서 두번째 하숙집 아줌마, 왼쪽은 사촌집안 식구들입니다.

한참 옥상에 있었다. 그러다가 내려갔다. 난 이게 끝났는 줄 알았는데, 막 집안 문단속을 하는것이다. 그러다가 가족이 다 나간다. 차로 갔다. 아저씨 차를 새로 뽑은거 같다. 가족용, 무슨 카렌스 같은 차인데, 이거 타고, 약 1시간을 달렸다. 도착해 보니 엄청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게 따라 왔지만 같이 어울렸다. 아저씨는 또 나를 여기저기 데리고 소개시켜 주기에 바뻤다. 난 계속 “나이스 투 밋 츄, 나마스테지, 탱큐” 등을 소리지르면서 따라다녔다. 모인 사람은 약 150명 정도, 옆에 출장부페가 있고, 또 한쪽에는 티스코텍이 마련되어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또 한쪽에는 bar가 마련되어 술을 준다. 나랑 아저씨랑 로얄챌린저 라고 하는 위스키를 4잔을 마셨다. 내가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신다고 하니깐 아저씨 무지 놀란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또 자랑한다. “봐라, 내 친구, 이 위스키를 물이나, 소다수도 안타고 그냥 마신다. 스트레이트로. 봤지?” 거의 이렇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양주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어디에 술을 섞어 먹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소주처럼 마셨던것 같습니다. 그게 놀라웠나 봅니다.)

주위를 보니 전부타, 물이나, 소다수를 많이 타서 마신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맞다. 추운데 사는 사람은 독하게 술을 마시고, 더운데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는다는거.

그렇게 마시고 취하게 됐는데, 한가지 궁금한게 생겼다. 도대체 이 파티가 무슨 파티인지 알고 싶었다.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아들에게 물어봐도, 그냥 “이거, 롤리파티!” 라고 한다. 그럼 돈은 누가 내냐? 물어도 “저기 친구가 다 낸다.” 얼마나? “1랙(1laks=10만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약 280만원)” 와~ 이럴 수가. 

난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서 계속 물었다. 왜 저 친구가 돈을 다 내는데? “저 친구 아들이 이번에 첫번째 롤리 축제를 맞이 했거든”

인도의 전형적인 부페 차림입니다. 결혼식이나 행사장에 흔히 볼수 있어요.

아하 ~, 이건 이 롤리파티를 빙자한 이 아저씨들에게는 돌잔치행사였구나. 다만 다른 것이 첫번째 생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첫번째 롤리축제에 그 행사를 하는 것이다.  

또 궁굼한게 그럼 다른 지방사람들은 돌잔치가 없냐고 물어보았는데, 지방마다 틀려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고, 어떤 지방에는 생일에 하기도 하고, 다른 축제에 하기도 하는데, 펀잡의 롤리파티만큼 크게는 안 한다고 한다.

하여간에 나도 그 파티에 하나가 되었다. 어떻게 하나가 됐냐고? 방법은 간단하다.

그 로얄챌린져 무지 독하다. 그거 4잔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파티와 하나가 된다. 요란한 소리가 흥겹게 들리기 시작하면서 같이 흥에 겨워진다.

내가 좋아하니, 아저씨도 그렇고 내가 즐기는 것에 신이 나는 것 같다.

한참을 놀았다. 12시까지… 그러다가 집에 다시 1시간 차타고 왔다. 물론 운전은 아저씨가 아니라, 아저씨 회사 직원이 했다. 올때도 그랬다. 아저씨 직업을 물어봤는데, 델리외곽에서 무슨 오피스가 있다고 하고, 공장도 있다고 하고 자기가 사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장 같지는 않아 보인다. 잘 모르겠다.


집에 오니 또 물이 안나온다. 황당하다. 오늘 낮에 산 생수로 이만 닦고 잤다.

술 취한 채로. 

꿈속에서 은주(당시 2살 된 제 딸입니다)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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