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확인한 그날의 이야기와 예비 엄마의 마음속 이야기
임신 소식을 처음 알았던 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의 공기, 손끝에 남은 떨림, 가슴을 꽉 채우던 벅참까지.
유난히 피곤하고, 유난히 졸리던 나날들이 이어졌다.
감기 몸살보다 더 힘들었지만, 약 한 알조차 입에 대지 못한 채 그저 버텼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혹시 내가… 임신한 걸까.’
2주쯤 지나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조용히 약국에 들러 얼리 임신테스트기를 집어 들고,
남몰래 집으로 돌아왔다.
포장을 뜯는 손끝이 제법 떨렸다.
‘정말 임신이라면, 내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당시는 승진을 앞두고 있던 해였고,
어느 때보다 회사에서의 성과가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검사선을 기다리는 몇 분은 평소보다 훨씬 길었다.
한 줄만 선명히 드러난 순간,
‘역시 기분 탓이었나’ 싶었다.
그런데 이내 두 번째 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었으면서도,
기쁜 마음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다.
테스트기를 꼭 쥔 채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아주 커다랗고, 고요한 기쁨이었다.
그리고서야 10분쯤 지나
‘누구에게 먼저 알려야 할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직접 전하고 싶어 퇴근을 기다렸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있잖아… 우리 임신한 것 같아.”
하루 종일 꼭 쥐고 있던 테스트기를 내밀자,
남편은 계획보다 빨리 찾아와 준 아기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나도 아무것도 몰라. 우리 같이 공부하자.”
그날 저녁 식사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다.
‘정말 아기가 생긴 걸까?’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서로 되뇌며, 두려움과 설렘을 나눴다.
몇 주 뒤, 병원에서 작은 아기집을 확인했을 때조차
나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테스트기를 바라보던 그날처럼,
현실 같지 않은 기적이었다.
회사의 상사에게 조용히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그는 “어려운 시기에 참 잘했다”며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세 아들을 키우는 슈퍼 워킹맘 상사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단단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원래 조심성 많고 걱정도 많은 성격이라
안정기 전까지는 가까운 이들에게만 소식을 전했다.
혹여 내가 너무 기뻐하면 부정을 탈까 봐,
그 마음이 아기에게 닿을까 봐.
그래서 늘 기쁨을 눌러 담으며 열 달을 보냈다.
출퇴근길마다 뭉치는 배를 부여잡고,
퇴근 후엔 소파에 앉아 뱃속 아기에게 속삭였다.
“아가야, 오늘도 엄마랑 같이 고생 많았지.
함께 해줘서 고마워.”
겉으로는 무던해 보였을지 몰라도
사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기와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아스라이, 그러나 분명하게 커져가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엄마’라는 이름을 배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