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니 Apr 04. 2023

아이의 질은 부모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정순신 사태>를 보며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마땅히 받아들여지는 명제이기에 논문에서까지 쓰이는 거라 생각된다.

나는 이를 부모에 대입해도 같다고 본다.

'아이의 질은 부모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깨닫는다. 남의 티눈은 보아도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내 아이를 보면서는 저 사실을 깨닫지는 못하는데, 다른 아이를 보면서는 깨닫는다.


아무리 밖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도 그 영향력은 부모님과 가정환경만 하지 못하다. 부모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에 따른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곧이곧대로 보며 자란다.


이 생각이 더 확고해진 것은 정순신 사태를 보면서다.  

PD 수첩에서 취재한 내용을 보면, 집에서 봐온 그대로, 아빠가 보여준 행동 그대로를 학교에서 학폭 가해자인 그 아들이 그대로 한다.


비타오백 박스에 돈을 받아온 모습을 흉내 내며, 아이들에게 비타오백 박스에 간식을 나누어 준다. 검사가 월급은 넉넉지 않아도 돈이 많은 이유는 다 돈을 어디선가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대한민국 금수저 1%라며, 자신에게 잘 보이면 앞으로 잘 될 것이라 말한다. 대한민국은 다 권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고 배운 그대로 자신도 그런 관계를 만들어나가려는 것이다.

집에서 아빠에게 배우고 들은 그 행태들이 그대로 학교에서 교실에서 나타난다.


정순신은 피해자의 고통과 참담함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학폭 사건을 무려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받아온다. 총 10번의 재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전학'조치를 받은 것이다. 전학은 학폭으로 인한 징계 중 퇴학이라는 가장 최고 징계 바로 앞 단계이다. 아들이 직접 써야 할 사과문조차 변호사의 코치를 받으며 쓴다. 아들 입에서 잘못을 시인하는 말이 나올까 봐 전전긍긍이었던 모습들도 보인다. 대법원까지 가서 전학 조치를 받았음에도 그 이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고 아들의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일에 전념할 뿐이다. 그리고 전학 이후 학폭 사건 기록을 삭제하는데 나선다. 이는 성공했고, 아들은 서울대에 진학한다.


피해자는 민사고까지 다녔음에도 학교를 다 마치지 못했고 이후 피해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 친구와도 연락하고 있지 않았으며, 20대 청년이라면 마땅히 하고도 남을 SNS도 하지 않았다. 이 사회에서 도망쳐버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2명의 피해자를 사회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가해자가.


나는 이 모든 뿌리가 정순신이라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학폭 가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바로 부모일 수 있다. 아이의 인격과 성품 그리고 가치관은 가정이 뿌리가 될 수밖에 없고 태어날 때부터 보고 자란 부모가 가장 핵심적인 롤모델, 모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첫 번째 교사는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나부터, 내 가정부터 집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말하며 어떤 점을 강조하는지 다시 살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야기꾼을 따라, 역사를 들여다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