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빠랑 셋이 처음 자유여행으로 유럽에 갔을 때 어쩌다 보니예약 담당은 나였다. 첫 장기 여행이고 첫 유럽 여행이라 준비할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친구랑 가는 거였으면 주먹구구식으로 적당히 대충 가서 부딪혔을 거 같은데 엄마를고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몇 번을 거듭해서 예약을 확인하곤 했다. (오빠는 중간에 따로 합류했고 먼저 여행을 가자고 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예약 총대를 맸다)
체코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기차를 타던 날. 기차표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을 켜고 혹시 몰라 한국에서 인쇄해온 종이 표도 손에 꼭 쥐었다. 매표소 직원에게 표를 확인받고 들어가서도 게이트가 제대로 맞는지, 한 번에 기차 칸에 올라탈 수 있는 위치는 어디인지 확인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와중에 여행자는 여행자를 알아본다고 질문 공세를 해오는 다른 여행자와 무언가를 함께 고민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물도 사고 간식도 사고...
체코 프라하 기차역에서
정확하게 좌석을 찾아 앉고 난 후에도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느라 내 핸드폰은 항상 뜨거웠다. 뜨끈뜨끈한 몸체 부분을 피해 최대한 가장자리를 살짝쿵 손가락으로 잡고 인터넷을 하던 감각이 생생한데 그게 벌써 몇년 전이다.
얼마 전 뒤늦게 포토북을 만들기 위해 유럽 여행 사진을 정리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숨 돌릴 틈 없이 긴장감에 휩싸여 있던 그때, 기차역을 배경으로 엄마와 오빠는 둘이서 무수히도 많은 사진을 찍어놨다. 누가 봐도 유럽에서 처음 기차 타서 신난 해맑은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