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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Jul 13. 2020

어떻게 맥주를 안 팔죠?

아일랜드 코크에서 현지인에게 맛있는 피시 앤 칩스 가게를 추천받았다. 가보니 역시나 바글바글,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원래 줄까지 기다리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모처럼이니 이 정도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 줄은 재료를 새로 준비하는 시간 때문이 주문을 받기 시작하 아주 빠른 속도로 내 차례가 다가왔다.


"오늘의 생선 튀김 주세요."

"식초랑 소금 뿌려드릴까요?"

" 네!"


추천해주신 분이 완벽한 피시 앤 칩스란 자고로 식초와 소금이 듬뿍 뿌려진 것이라 했다. 


"음료는 안 필요하세요?"


아니 근데 피시 앤 칩스엔 당연히 맥주 아닌가. 메뉴판에 맥주가 없었다. 이럴 수가.


어쩔 수 없이 테이크아웃으로 챙겨 가는 길에 맥주를 사기로 했다. 식기 전에 빨리 가야지. 숙소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그동안 슈퍼마켓이 하나는 나오겠지.


혹시나 식을까 봐 그 옛날 어른들의 도시락처럼 품에 꼭 안고 잰걸음으로 사방을 살피며 걷는데 도저히 마켓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교 안에 있던 슈퍼는 이미 일찌감치 문을 닫았단다. 4시밖에 안됐는데?


안돼. 포기할 수 없어. 하지만 구글맵으로 찾은 영업 중인 슈퍼는 차를 타고 나가야 할 정도로 멀었다. 건물이 이렇게 많은데 근처에 슈퍼가 하나도 없다니. 안돼.. 피시 앤 칩스가 식어가고 있어. 뛰다시피 걷느라 겨울임에도 땀이 났다. 이제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할 때다.


맥주의 부재보다 추천까지 받은 피시 앤 칩스가 식어버리는 것이 더 마음 아팠던 나는 결국 그대로 숙소에 들어왔다.


아쉬운 대로 방에 들어와 종이 포장을 풀자 노릇노릇한 튀김 향과 상큼한 레몬향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혼자 여행을 하며 간간히 동행을 원할 때가 있었는데 이럴 때가 바로 그때다. 맛있는걸 앞에 두고서 설렘에 발을 동동 구를 때!


두툼한 생선살은 촉촉하고 고소했고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그 바삭바삭함이란. 영화 한 편 틀어놓고 맥주와 함께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아일랜드의 겨울밤이 될 것이었다.


영화도 준비되었고 피시 앤 칩스도 아직 안 식었는데 내 옆엔 눈치 없는 맹물만 멀뚱멀뚱.


당시 여행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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