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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Aug 21. 2020

난데없이 담력 체험

아일랜드 코크 시티 감옥 

*아일랜드 코크 시티 감옥은 1824년에 문을 연 이후 약 100년간 감옥으로써 운영되다 1923년에 폐쇄되고 1950년대까지 라디오 방송국이었다. 현재는 코크 시티 방문지 1위로 뽑히는 역사박물관이다.  



코크 시티 감옥은 코크에 온 이유였다. 


하지만 '감옥'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으스스함도 있을뿐더러 밀랍인형으로 당시의 인물들을 재현해놓았다고 들어 방문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미 무서웠다(실제로 공포 투어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여긴 꼭 다른 관광객이랑 붙어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처럼 겨울 평일 오전에 오픈 타임을 맞춰 온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티켓을 살 때부터 달달 떨면서 '왜 가이드 투어 없어요? 혼자 다니기 너무 무서운데? 안에 다른 직원 분들도 많나요?' 등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상냥한 직원 왈, '안 움직여요. 안 물어요^^(진짜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발을 디뎠지만 입구부터 나를 반기는 실물 크기의 밀랍인형에 깜짝 놀라 심장이 벌렁벌렁, 숨을 몰아 쉬고 말았다. 그렇게 아침 10시부터 난데없는 담력 체험이 시작됐다.    


감옥 내부에서는 실제 교도소에서 들릴법한 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무거운 철문이 긁히며 끼이익, 쾅! 하고 닫히는 소리. 교도관의 딱딱하고 엄격한 구둣발 소리. 허리춤에 달린 열쇠가 차갑게 짤그락거리는 소리. 죄수를 불러내는 날카로운 목소리. 그리고 많은 이들의 흔들리는 흐느낌. 낮인데도 음산하고 불안하고 어둡다. 평소에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 비극이 하나하나 모여 응축된 무게는 상당했다. 오디오 가이드가 자세하게 설명을 잘해 준 것 같았지만 솔직히 하나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멀리 보이는 저 형체가 사람인지 인형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점점 더 무서워진 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괜히 막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온 그녀의 대답. 

'잘 봐봐! 진짜 인형 맞는지.'


아아악.  

진짜 인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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