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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Oct 06. 2020

엄마도 커피 한잔 내려줄래?

년 전, 캡슐 커피 머신이 출시되었을 때 엄마는 '저거 너무 신기하지 않니? 향이 그대로 보존된대, 편할 거 같아' 등등의 문장들로 '우리 집에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강력하게 표현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해 생신 및 연말 선물로 커피 머신을 한  주문했다.


"어머. 이거 너무 괜찮다! 잘 샀다, 잘 샀어!"


만족스러운 반응에 뿌듯하며 슐을 가득가득 채워놓았다. 그런데 내가 캡슐 상자를 열 때마다 항상 양이 그대로다. 작 자주 사용해야 할 엄마가 혼자 계실 땐 일절 내려드시질 않는 거였다.


"엄마, 왜 혼자 있을 땐 캡슐 커피 안 마셔?"

"그냥, 딸이 내려주는 게 더 맛있어서~"


거짓말. 알고 보니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혼자 있을 땐 믹스 커피를 드시고 계셨다. 엄마들은 매번 뭐가 그렇게 아까, 어휴.


그러다가 엄마랑 트러블이 생겼다. 이제 딸이 머리가 좀 컸다고 엄마 기분을 풀어주지도 않는다. 항상 엄마도 커피 한 잔 마실래? 묻던 딸이 지가 마실 커피만 쏠랑 내려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치사해서 안 마신다! 믹스 커피도 맛있거든? 흥.


그렇게 캡슐 커피는 딱 1명분의 양만큼만 줄어갔다. 겨울에 마시는 이스커피보다 더 차가운 시간이 흐르고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건 엄마였다.


"오늘은 엄마도 커피 한잔만 내려줄래..?"


사실 내가 엄마에게 내려주던 캡슐은 엄마 취향에 맞춰 따로 주문해놓는 것들이다. 내가 마시기에는 너무 연하다. 우리 집에 있는 디카페인 캡슐과 우유와 잘 어울리는 라테용 캡슐들은 다 엄마를 위해 구비해놓는 거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칫.


먼저 엄마가 좋아하는 바닐라향이 나는 커피를 내리고 연유 조금 탄다. 한결 부드러워진 커피 위에 따뜻하고 풍성한 우유 거품 조심스레 . 그리고 그 위에 뿌려지는 알싸한 계피 가루 화룡점정.


"음. 카페 온 거 같다. 너무 맛있어! 역시 딸이 타주는 게 최고!"


#화해#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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