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by 흐린 뒤에는 맑음

오래전부터, 나는 비슷한 꿈을 꾸어왔다.


꿈속에서 나는 진흙탕 같은 미끄럽고 더러운 바닥을 맨발로 걷고 있다. 앞은 그다지 보이지 않고, 시야도 좁아서 어디로 가는지 혹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한 치 앞만 보이듯 가까운 곳을 보면서 걷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낮은 곳만 바라보고 있어서 이따금 드물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러운 바닥만 바라보면서 미끄러지지 않을까 힘들게 한발 한발 옮기는 동시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깨어났다. 꿈 속이라고는 하지만, 유쾌한 꿈은 아니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이런 꿈을 1년에 한두 번씩 꾸곤 했다. 바닥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더럽고 불쾌하고 오물이 가득한 그런 바닥이었다. 발은 여전히 맨발이었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발을 덜 더럽힐 수 있을지까지 고민하여 고통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다 깨어나는 꿈들이었다. 심지어, 어떤 때에는 아이를 잃어버린 상황이어서 어디로 갔을지 머리를 쥐어짜며 방향을 찾는 상황도 있었다.


첫 꿈으로부터 한참이 흐른 뒤에야 나는 꿈에서나마 양말을 신게 되었다. 거의 7~8년 가까이 흐른 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양말을 신었다고는 하지만, 바닥은 여전히 더러웠고 발은 여전히 축축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어딘지도 모를 진흙탕은 아니고 사람들이 좀 더 오가는 인적이 있는 길이었다는 점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바짓단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조심해야 했다. 바닥은 포장이 되어 있는 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발을 디디는 곳은 다 더럽거나 위험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의식하고 피할 뿐 그들과 나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졌다. 양말은 신었지만, 무슨 색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신었지만, 신은 것이 의미가 없었다는 정도의 기억이 생생한 그런 꿈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그들의 신발과 발걸음 그리고 그들이 딛고 지나간 바닥이 내가 힘들게 이리저리 애써 내딛는 곳과 다르다는 것만 계속 보이는 그런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여전히 내가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꿈이었다.


그러부터 몇년 뒤, 그러니까 아주 최근에 나는 드디어 신발을 신었다. 겨자색 양말을 신고, 낡은 스포츠 샌들을 신고 있었다. 내 발밑의 바닥은 도시의 흔한 보도블록이었고, 오물은 없는 하지만 좀 낡은 느낌이 드는 그런 바닥이었다. 드디어 신발이 생겼다는 것을 기뻐하면서도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신은 예쁜 스니커즈와 색이 선명하고 세련된, 발에 딱 맞고 신발과 어울리는 그런 양말을 부러워하다 잠에서 깼다.


바닥도 걸을만하고, 신발도 생겼다. 그런데, 역시 이번 꿈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거의 모든 꿈에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러 가느라 더 고통스럽게 돌아다니는 꿈도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꿈에서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업고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아이 대신 꾼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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