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보고하기

일기 쓰기의 기초

by 흐린 뒤에는 맑음

우리는 왜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게 되었을까?

소통.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무엇이 궁금한가? 지금 아이가 먹고 싶은 것? 아니면 내일 하고 싶은 것?

모두 맞다.

하지만, 여기에 정말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근저에 깔려 있는 바로 그것.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건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모두의 소망이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법이다. 일반 아이들도 어릴 때에는 때 자신이 겪은 일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십상이다.


나쁜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하다. 어떤 아이들은 집에 와서 종알종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는 반면, 이런 집 아이의 엄마를 통해서 자기 아이의 소식을 전해 듣는 경우도 있다. 나의 아이가, 나에게, 글로나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러니까, 도전해 보자.


그림일기 공책, 달력,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색으로 되어 있는 동그라미 스티커를 준비한다. 달력은 요일 표시가 한글로 된 것이 제일 좋다. 만일 한자나 영어로 되어 있다면, 견출지를 붙여서 한글로 써두면 된다.


하루에 한 번 아이가 기억할 만한 사건을 연상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서 준비한다. 사진의 크기는 그림일기 공책의 그림 자리에 붙일 수 있는 크기로 인쇄한다. 아이가 자기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면 더 좋다.


탁상 달력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오늘이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 아이에게 알려준다. 그러고 나서, 며칠 자리에 손가락 두 개를 대고, 그중 하나는 며칠 자리에 둔 채 나머지 손가락을 위로 쭉 올려 요일이 쓰인 곳까지 도착하도록 하면서 요일을 다시 읽어준다. 며칠인지 숫자가 보이도록 하여 오늘의 날짜 칸에 스티커를 붙이게 한다. 주중의 스티커는 아이가 원하는 색을 붙이도록 하되, 주말은 빨간색 스티커를 붙인다. 많은 달력이 주중은 검정, 주말은 붉은색으로 표기하는 것을 따라한 것이다.


달력의 숫자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일기장의 날짜 칸에 쓴다. 밖을 함께 보거나 사진을 보면서 날씨를 고른다. 일기장에 그려져 있는 날씨 상징 모양 그대로 찍찍이판에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한 뒤, 낮에 미리 아이에게 날씨를 인지하게 해 두면 더 좋다. 활동판을 확인하고 날씨를 고르면 되므로 활동이 매우 수월하게 느껴져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이고, 같은 내용을 최소 두 번 하는 셈이므로 기억에 더 잘 남는다. 활동판에는 날씨만 만들자. 여기서 욕심을 내고 몇 월 며칠 무슨 요일까지 만들고 싶어지는 욕구가 샘솟는데, 아이가 얼마나 손쉽게 수행하는지를 지켜본 후 날씨 – 계절 – 요일(주중, 주말 색 다르게) – 월 – 일(월보다 숫자가 많아서 어려우므로, 그리고 사실 아이들의 일과는 몇 월의 무슨 요일인지가 더 중요하다) – 연도(바로 옆에 아이 나이를 같이 붙여주어도 좋다) 순으로 차차 만들면 좋다.


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간단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아이가 사진을 잘라서 붙이게 한다. 어려워하면 한 면만 자르게 하거나 풀칠만 시키거나 붙이는 활동만 해도 된다.


아이가 한 단어라도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라면 핵심어에 해당하는 것들을 두세 개 제시하고 한 개만 고르게 한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면, 산책/놀이터/미끄럼틀 정도를 제공한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떤 것을 골라도 정답이 되게끔 단어를 준비하면 좋다. 아이가 지금 기억 속에 가장 깊이 남은 것을 꺼내는 것이지 단어나 기억력 테스트를 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활동에는 한 가지 목표만 잡아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


미리 준비한 단어들을 단어들을 사진 바로 아래에 정자로 써준다. 가로로 세 개를 써도 되고, 세로로 세 개를 써도 된다. 그중에서 아이가 고르는 단어를 일기장에 한 번 더 쓰는데, 아이로 하여금 자기가 마음에 드는 단어를 연필로 동그라미를 치게 한다. 다 답이어서 틀린 것은 없지만, 자기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동그라미를 치지 않았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는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 상대적인 선택에 잘못된 선택이란 없는 것인데, 이것이 어렵게 다가와서 강박적으로 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고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추천하는 방식은 대분류에 해당하는 것 하나와 점차 범주가 좁아지는 단어를 순차 제시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고 나면 그 단어를 아이에게 쓰게 한다. 쓰는 것을 어려워하면 연필로 써놓고 덧쓰기를 시키거나 마지막 글자 혹은 마지막 획만 긋게 한다. 활동이 다 끝나면 제일 위의 날짜부터 아이가 쓴 단어까지 또박또박 읽어준다. 마지막에는 칭찬 도장을 찍고 마무리한다.


다음날 일기를 쓸 때에는 전날의 일기를 펼친다. “어제” 일기를 보자고 한 다음 읽어주고, “오늘”의 날짜를 찾자고 한다. 일기장과 달력의 날짜를 함께 비교한다. 어제 날짜에 이미 스티커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날짜를 알려준 뒤 스티커를 붙인다. 어제와 오늘의 날짜를 비교해 준다. 그러고 나서 오늘의 일기를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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