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책 읽기
이제 순서와 인과관계에 대해 배워보자.
첫 번째, 두 번째와 같은 것은 수의 순서와 양을 알고 나서 익히는 것이 좋다. 인과관계를 처음 익힐 때에는 “처음”과 “마지막”, 이렇게 2 단계의 선후만 가르친다.
시퀀스카드를 준비한다. 아이가 가장 쉽게 이해할 만한 상황을 고른다. 새싹과 꽃, 알과 병아리, 음식이 가득한 그릇과 대부분 먹은 그릇과 같이 이미 노출이 되었을 법한 상황을 고르되 처음에는 경험한 내용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서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날 먹은 음식 사진을 가지고 하면 준비하기도 쉽고 아이가 이해하기도 쉽다. 상을 차려놓고 아이가 먹기 시작하는 사진을 찍고, 아이가 다 먹은 뒤의 사진을 찍되 먹고 있는 아이와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은 배부른 얼굴이 나오게 찍으면 된다. 아이가 잠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찍되, 바닥에 외출할 옷이 보이게 한다. 옷을 다 입고 현관 앞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찍어서 활용해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매일 체험하는 것이 쉬우므로 부지런히 고민해서 사진을 찍자.
밥 먹는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 음식이 있지’ ‘마지막에 음식이 없지’라고 간단한 문장에 [처음/마지막]과 같이 2 단계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수 있는 단어를 써서 사진/카드를 묘사한다. 평상시에 아이에게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카드를 뒤집어서 보이지 않게 한다. 적당히 섞어서 순서를 모르게 한 뒤, 하나를 뒤집는다. 아이 앞에 그 카드를 둔다. 나머지 카드를 뒤집는다. 아이에게 그 카드를 이미 펼쳐진 카드의 앞에 둘 것인지 뒤에 둘 것인지 묻는다. 잘 대답하면 일의 선후를 안다고 보고 다른 카드로 활동을 확대한다. 잘 모르면 다시 읽어주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식사를 하는 시간이 되면, 아이가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음식 먹는 사진을 옆에 두고 ‘00 이가 사진이랑 똑같아. 밥을 먹고 있어’라고 한다. 다 먹고 나면, 그 사진을 치우고 다 먹은 사진을 두고 ‘00 이가 사진이랑 똑같아. 밥을 다 먹었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 기회에 아이가 순서를 맞추는지 다시 해보는 식으로 카드의 실제 상황을 연결 지어 순서를 연상하는 연습을 한다.
2단계 시퀀싱이 잘 되면, 중간 단계를 넣어서 3단계를 만들어 재구성하도록 한다. 그래서 애초에 3단계가 될 것을 감안하여 사진을 찍어야 한다. 쉽게 변별이 되는 단계로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많이 고민해야 한다. 이때에는 [처음에, 그다음에,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써서 설명한다. 먹는 것을 예로 든다면, 아이가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찍어서 사용하면 된다.
경험한 내용을 가지고 3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그림으로 구현한 것이나 시퀀싱 카드 중에서 아이가 배웠거나 알고 있을 법한 것을 중심으로 해본다. 동화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을 가지고 해도 되고, 주변에서 봤을 법한 것을 가지고 해도 된다. 정말 추론이 필요한 내용은 가장 나중에 시도한다. 이것을 2단계로 구성하여 활동을 한다. 2 단계만 되어 있는 카드는 잘 없으므로, 3단계로 된 카드를 사서 중간 단계를 생략한 채로 연습을 하고, 익숙해지면 추가하여 활동하면 아이가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4단계나 5단계 카드를 사서 그중에서 골라서 해도 된다. 국내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교구들은 제법 가격이 나가는 편이어서 나는 아마존에서 여러 개를 사서 골라 사용하였다. 교구를 백 퍼센트 활용한다는 욕심은 버리고 아이에게 맞는 카드를 잘 골라 쓰는 재료를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3, 4 단계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책 읽기에 도전해 보자.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은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는 구조로 주인공이 온 동네에 "안녕 안녕" 하고 다니거나, 아기 동물이 자라는 이야기, 알에서 나온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이야기 등 간단한 시간의 흐름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많다. 이런 책으로 읽는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첫날은 먼저 책의 제목을 읽어주고 표지를 보여준다. 거의 모든 책의 표지에 주인공의 그림이나 사진이 나오므로 단어나 주인공의 이름으로 주인공을 포인팅 하며 알려준다. 책의 제목도 꼭 읽어준다. 설명하지 않고 일단 읽어준다. 그리고 끝낸다.
다음날, 책을 가져와서 제목을 읽고 주인공을 다시 알려준다. 첫 페이지를 열고 읽어준다. 주인공을 포인팅 하고 이름을 알려준다. 책을 덮는다. “끝”이라고 말하고 끝낸다.
그다음 날, 책을 가져와서 제목을 읽고 주인공을 포인팅 한다. 아이가 뭐라 하는지 들어보고 (웬만하면 맞았다고 말하면서) 주인공 이름을 알려준다. 첫 페이지를 펴서 [처음에 어떻게 될까?]라고 말한 뒤 책을 읽고 주인공을 다시 확인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서 [마지막에 어떻게 될까?]라고 말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주인공 이름을 알려주고 책을 덮는다. “끝”이라고 말하고 끝낸다.
이런 식으로 한 번에 한 페이지씩 책의 중간을 차례대로 추가하여 읽어준다. 중간에 추가되는 페이지를 읽을 때에는 [그다음에 어떻게 될까?]라고 말하고 읽어준다. 페이지가 추가될 때 매번 반복하여 [그다음에]를 말해야 한다. 이런 구조의 책에서 아이가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동일한 주인공이 동일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되 객체가 바뀌는 내용의 책이 좋다. 모두모두 안녕을 하거나, 모두모두의 엄마를 찾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반복된 구조 속에서 하나의 주인공이 주된 행동을 하고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크게 기승전결 없이 진행되는 것이 좋다.
책 읽기의 중요한 규칙은 책을 열어서 한 페이지를 읽고 나면 반드시 덮은 뒤 “끝”이라고 말을 하고, 책을 덮은 다음에 아이가 자리를 떠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루틴을 지켜서 "끝"이라는 단어가 나와야 책 읽기가 끝난다고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인과관계의 힌트가 되는 표현을 반드시 사용하면서 읽어주어야 한다. 나중에는 생략해도 되지만 아이가 인과관계라는 잘 인식할 때까지는 반복해서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앞에서부터 뒤를 오가면서 처음만 읽고,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첫째 둘째 페이지와 끝 페이지를 읽고, 첫째 둘째 페이지와 끝에서 두 번째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방식으로 읽어주어야 하며, 아이가 중간중간을 골라서 펼치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 기승전결이 없는 것에 가까운 줄거리이므로 중간이 생략되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그 대신, 책은 제목을 보고 읽기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읽은 뒤에 덮고 끝내는 활동이라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나중에는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만 꺼내서 읽더라도 우선 책을 읽는 활동을 공식적으로 할 때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되어야 점차 긴 책도 참고 읽게 되고, 아이가 힘들어도 인과관계를 따라 주의와 사고를 유지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과정을 늘려가는 와중에 책을 더 길게 읽고 싶어 한다면, 하나의 장면에서 설명을 덧붙여서 읽는 것이 낫다. 이런 책에 익숙해지고 나면, 싹이 자라나서 꽃이 된다거나 하는 식의 간단한 인과관계가 나오는 책을 읽어도 좋다.
이야기의 구조가 단순하다고 하여, 너무 빨리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글밥이 제법 긴 책들 중에서도 이러한 두 가지 구조를 엮어서 이루어진 책들 중에 베스트셀러가 많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글밥과 글의 구조에 너무 빨리 욕심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