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각과 소근육
한글 쓰기는 선긋기에서 시작하였지만, 아이가 글을 보고 따라서 쓰는 활동은 새로운 도전에 해당한다. 옆에 있는 글을 보고 쓸 줄 아는지, 위에 있는 글을 보고 쓸 줄 아는지, 혹은 멀리 있는 판서를 보고 필기를 할 수 있는지는 각각 다른 난이도의 활동이다. 판서를 보고 쓰는 것은 악보를 보고 악기를 연주하는 데에까지 연결이 되는데, 이것을 위해 독서대에 종합장을 두고 간단한 문장을 공책에 따라 쓰는 연습을 시키곤 하였다. 이 덕에 아이는 칠판이나 교실의 모니터에 있는 알림장 내용을 보고 적어오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것들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지각 훈련을 하면 좋다.
시지각 훈련으로는 선긋기의 연장선에서 점잇기, 미로 찾기, 오리기, 그림 그리기, 오리기, 종이접기 등의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기본으로 해볼 수 있다.
점잇기 활동은 시지각훈련 교재를 이용하면 된다. 보통 좌측에 있는 점에서 점으로 이어진 선의 모양을 오른쪽의 점들에서 재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점의 개수가 네 개에서 여섯 개 혹은 아홉 개로 점점 늘어나고, 따라 그어야 하는 선은 가로선이나 세로선은 물론, 사선이나 교차선 등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활동이 다소 지루한 편이고 생각보다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나는 클리어 파일에 넣어 두고 반복하여 시키곤 하였다.
미로 찾기는 시중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교재들이 많이 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미로 찾기 가장자리나 주변에 갖가지 색의 그림이나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경우에 아이가 시선이 분산되어서 미로 찾기에 집중을 잘 못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필요한 교재인데 그 색이나 그림이 현란한 경우에는 흑백복사를 하여 클리어 파일에 넣은 후 활동하도록 하였다.
미로 찾기의 목적은 대체로 왼쪽 위에서 출발하여 오른쪽 아래로 도착하는 것이다. 이는 책 읽기 훈련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교재를 만들기 때문에 그러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아이의 시선은 한 방향으로만 발달하기 때문에 미로 찾기 페이지의 위아래를 거꾸로 하여 풀어보게 한다거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눕혀서 풀어보게 하기도 하였다. 더 쉽게 풀리기도 하고 더 어렵게 풀리기도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아이의 시선을 다양한 방향으로 좇게 하는 것이므로 필요한 만큼 더 시켜보면 좋다.
오리기는 아이가 쉽게 오릴 수 있는 두께의 종이로 연습을 시킨다. 선 따라 오리기를 보통 많이 시키는데, 처음에는 이것이 어려울 수 있다. 시지각, 소근육 그리고 협응이 모두 필요하므로 띠 모양의 종이를 준비하고 세로로 선을 그어 아이가 그 선을 따라 한 번만 가위질을 하면 띠를 자를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에 따라서는 색이 있는 종이의 선을 보는 것이 힘들 수도 있고, 힘 조절을 잘하지 못하여 색종이를 찢을 수도 있다. 스케치북 종이나 마분지 등 아이에게 알맞은 두께의 종이를 찾아보고, 색이 있는 종이를 선호하는데 두꺼워야 한다면 두꺼운 종이에 색종이를 붙여서 제공해 주면 된다. 다양한 종류의 선물포장지끈 중에서 적당한 것을 찾아도 되는데, 일단은 가위질을 한번 싹둑해서 무엇인가가 깔끔하게 잘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하여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준 뒤, 가위질을 연속적으로 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임을 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꼭 가위로 종이를 잘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당한 소재를 잘 찾아서 연습하면 된다. 오리기의 난이도 역시 시중에서 판매되는 교재를 보고 활용하면 된다. 교재를 복사 혹은 확대복사하여 활용하면 편하다.
오리기 능력이 향상되면, 종이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접어서 자른 후 펼치는 활동을 하면 좋다. 종이 접기와 오리기를 접목한 교재들이 많이 있다. 모델링을 하는 사람이 접어주고 아이는 한 번만 자르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자르는 난이도를 높이고, 오린 뒤에 펼치는 것도 마지막 한 번만 펼치면 되는 단계에서부터 점차 스스로 많이 펼치도록 하면 힘조절도 되고 눈으로 어떻게 해야 펼쳐지는지 생각하면서 손을 쓰게 되므로 매우 좋다. 종국에는 아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도록 하면 제일 좋을 것이다.
종이접기 책도 여러 가지가 많이 나와 있는데, 아이의 흥미에 따라 집중도가 달라져서 여러 권을 사서 난이도와 아이가 좋아하는 테마를 감안하여 활동 내용을 정하곤 했다. 처음에는 보고 따라 접는 것이 불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종이를 접은 후 검지로 꾹 눌러서 평평하게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검지가 예민했을 뿐만 아니라 종이의 모서리를 맞춰서 접는 것도 어려운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색의 종이를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는 활동부터 시작하면 좋다. 이것이 잘 되면, 사선으로 접어서 세모를 만들고 한번 더 접어서 더 작은 세모를 만드는 것까지 하면 된다. 그리고 나면, 종이접기 교재에 나와 있는 종이접기 기본 스킬을 연습하면 된다. 아이가 스킬 연습하기를 힘들어한다면 '세 번 접어서 고양이 들기'같은 류의 책을 보고 함께 접어보고 눈코잎은 스티커를 활용해서 붙이도록 하면 더 재미있어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라고 부담을 주지 말고, 아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시키고 나머지는 조금씩 도와주면서 아이가 활동을 좋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이가 만든 종이 접기들을 스케치북에 붙여주고 자기 이름을 쓰거나 작품의 이름을 쓰도록 하기도 하고, 아이가 특별히 좋아해서 자꾸 만져보고 싶어 하는 것은 클리어바인더에 넣어두곤 하였다. 아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전시 혹은 보관 방법을 고민해 보자.
글씨를 쓰는 것과 별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글씨는 일정한 규칙을 습득하면 좁은 시야 안에서 충분히 완성해 낼 수 있는 반면, 그림은 좀 더 넓은 공간을 창의로운 손놀림으로 채워 넣어야 해서 그러하다. 아이가 글씨를 쓸 줄 알게 된 후에도 그림을 잘 그리지 않고 전혀 즐기지 않아서 고민이 컸다.
그래서 나는 시중에 나와 있는 그림 그리기 책을 사서, 페이지 위에 기름종이를 덧대어 그 위에 그려보게 했다. 전에 클리어파일에서 선긋기 연습을 했던 것과 비슷하므로, 아이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즐겁게 했다. 다 그린 뒤에는 종이를 스케치북에 붙여서 색을 칠하거나 전시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마치 혼자 힘으로 한 것처럼 느껴지게 해 주면 좋아했었다. 만일 아이가 정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책을 확대복사하여 그 위에 기름종이를 대어주면 된다. 아이가 그린 것들을 전시하는 코너를 만들어서 날짜와 함께 전시하다 보면,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집에 누가 놀러 왔을 때 자랑하고 칭찬받기도 좋다. 종이접기 활동에서처럼, 모든 그림의 한 구석에는 아이의 이름을 쓰는 연습을 하면 좋다. 이름 쓰는 것이 어려운 아이라면, 아이의 이름을 견출지에 미리 써두거나 예쁜 이름 스티커를 만들어서 아이가 떼어 붙이게 하면 된다. 나와 너, 내 것과 네 것의 구별이 이루어지는 첫 활동인 셈이다.
자기 이름이 붙은 것은 자기 것, 없는 것은 자기 것이 아니다. 너와 나, 내 것과 네 것이 구별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내 이름이 없는 색연필은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칠 기회가 별로 없다. 아이가 내 것 네 것을 잘 구별하지 못하면, 우선 집에서 아이의 컵이나 학용품 등 최대한 학교에서 사용할 법한 물건에 이름표를 붙이고 생활하면 좋다. 여기서 규칙은 아무도 아이의 것을 마음대로 쓰면 안 되고, 아이도 다른 사람의 것을 마음대로 쓰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아이의 이름표가 붙은 것은 아이에게 물어보고 만진다. 아이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이 없는 물건을 만지거나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그렇게 하여야 한다. 가족 모두 자기 이름을 따로 표기하여 컵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밥 먹는 자리에서 상을 차릴 때부터 구별하고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 아이들이 자기 것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잘 하지만, 남의 것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컵이나 칫솔처럼 위생상 꼭 구별이 필요한 것부터 라벨링 해서 남의 것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 아이와 함께 공부할 때에도 연필이나 볼펜에 이름을 써서 서로의 것을 구별해서 찾아 쓰는 모습이 매일 반복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