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한글 활용하기

소통의 시작

by 흐린 뒤에는 맑음

우리는 플래시 카드로도 단어들을 익히고 있으므로 어휘들이 제법 늘어난 상태이다. 그리고 아이는 감자깡에서 비롯된 '한글을 이용한 소통'을 하고 있다. 이것을 좀 더 폭넓게 활용해 보자.


놀이터 사진과 "놀이터"라는 단어를 같이 두고 스스로 익히게 한 다음 사진은 고정시키고 글자만 잘 떨어지게 붙여둔다. "놀이터" 단어를 들고 오거나 가져와서 이것을 읽으면 놀이터에 가자는 것이거나 그것에 관련된 무언가를 하자는 의사일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단어들을 알려주고 활용해서 아이의 소통 의지를 높이고 소통의 질을 올려줄지 고민해서 단어들을 선정해야 한다. 결국 아이가 의사표현을 쉽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이므로 관심사와 필요도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즉 가르칠 단어 목록이 아이의 몰입에도 생활의 질에도 매우 중요하므로 고민을 많이 해서 골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표현해 주어야 내가 편한 것(장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 사람들이 아이를 우호적으로 바라본다)과 아이가 나에게 표현해 주어야 아이가 편한 것(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자존감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두 가지 모두를 고민해서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익숙한 단어들이 생겼다면, 3구 파일에 찍찍이 판을 설치하고 거기에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들을 붙여주자.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바인더에 끼워 사용하자. 외출할 때 들고나가면 아이가 그 책을 펼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그 단어를 떼어서 건네주며 소통할 수 있다. 나중에는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글을 쓰도록 할 수도 있다. 발음이 잘 안 되는 단어이거나 주변 환경 때문에 말을 잘 못할 때에도 요긴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아이는 말이 편하고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가급적 말로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림보다 글자가 좋은 점은 아이가 나중에 이걸 직접 써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림은 상징이므로 확장에 한계가 있고 상징성과 상황이 두루 맞아떨어지는 그림을 찾아야 하지만 글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이것이 사실상 아이가 말을 하는 것, 필담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떤 단어를 진짜로 아는지 너무 궁금할 경우가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생긴다. 너무 당연하다. 이럴 땐 게임을 빙자해서 놀아보자.


글자만 쓰인 카드와 그 물건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인쇄한 카드를 준비한다(과자의 경우, 인터넷 쇼핑에 올라온 이미지를 캡처 해서 적당한 크기로 인쇄하고 과자 봉지의 글자는 앱을 이용하여 지우거나 슬쩍 흐리게 처리하여 붙여주면 편하다). 물건 카드를 바닥에 몇 개 깔고, 글자 카드를 몇 개 손에 쥐고 한 명씩 짝꿍 맞추기 게임을 하면 된다. 글자가 없이 이미지만 보고 그 이름에 해당하는 단어를 맞추면 되는 것이다. 시범자가 글자를 맞추면 보상으로 그 과자를 먹게 한다. 그걸 보면 의욕이 샘솟아 맞추려고 할 것이다. 맞추면 반드시 주자(조금만). 그리고 아이가 맞추면 그 게임은 끝낸다(반드시). 그래야 다음 판을 할 의욕이 생긴다. 시범자가 먼저 하고 아이가 하도록 한다. 차례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맞추는 단어가 먹을 것이 아닌 경우에는 승자에게 주는 상품을 먹을 것으로 걸고 하면 된다. 게임의 규칙이 그것이다. 승부욕도 생기고, 게임의 규칙도 익히게 된다. 게임의 규칙을 익힌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 중요한 기초이다. 이젠 사회성을 구비한 게임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게임이 만약 잘 안되면, 깔끔하게 집어치우고 아이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자. 다른 기회에 확인해도 된다. 이건 예시일 뿐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글자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 아이 첫 단어’와 같은 식의 책을 산다. 사물과 사물의 이름만 있으므로 활동판이 아닌 책으로 바뀌었을 뿐 단어를 읽어주는 것은 동일하다. 이때, 이런저런 설명은 하지 말고 짧게 포인팅 하는 단어만 읽어준다. 한글을 익히는 것이지 아직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다. 혼동하지 말자. 아이가 이 단어 저 단어로 날아다녀도 그냥 계속 포인팅 하는 것을 바로바로 읽어준다. 인간 세이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가 잘 들을 수 있는 톤과 속도, 발음으로 읽어주어야 한다. 결국 플래시카드처럼 사물과 소리, 글자를 동시에 입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가 어느 정도 단어를 알게 된 것 같으면, 이따금 스스로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자. 처음에는 음절 개수만 맞아도 잘 읽었다고 보고 칭찬해 주면 된다.


나는 아이가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노래 가사를 인쇄해서 파일로 만들어주었다. 책처럼 만들어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제목 읽고 가사를 손으로 짚으며 불러주곤 하였다. 아이는 제목을 먼저 외우고, 후렴구를 외우며 한글을 배워나갔다. 좋아하는 곡들 중에 가사가 짧거나 기관에서 배우는 노래와 같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노래 위주로 시작하였다. 나중에는 악보가 있는 동요집을 사서 함께 보면서 노래를 불러주고 함께 부르기도 했다. 아이는 가사를 먼저 귀로 들어 외우고 기억하는 가사에 해당하는 글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한글을 익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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