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책 읽기

독후활동

by 흐린 뒤에는 맑음

간단한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해보자.


독후 활동이라는 이름은 붙였지만, 느낌만큼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같이 읽었던 책을 보면서 아이가 좋아했던 페이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이야기해 보고, 글밥 중에서 아이가 읽을 줄 아는 단어를 찾아서 같이 읽어보거나 줄거리와는 무관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이 그림 중에 있으면 찾아서 알려주는 등의 활동을 하면 된다. 쉽게 말해, 책과 친해지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인 책 읽기 습관은 갖춰진 상태이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같이 읽으면 된다. 읽으면서 아이에게 그 장면을 넘기기 전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림에서 가장 맘에 드는 동물이나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물으면서 책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읽어준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나 소감 같은 것은 정말 어려운 활동이므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책의 줄거리를 기억하고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한다면 이미 훌륭하다.


어느 정도 책을 읽고 같이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인과관계를 떠올리고 재구성하는 활동을 연계하면 좋다. 제일 쉬운 방법은 시퀀싱 카드를 가지고 했던 것의 연장으로 읽은 책의 페이지를 복사하여 섞어두고 앞뒤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나 길이에 따라 여러 단계의 시퀀싱 활동이 가능하다. 이런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가 나중에는 직접 겪은 일이 아니거나 읽어본 내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고하여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즉, 알고 있는 조각들을 떠올려서 순서를 다시 짜나가는 생각하기가 쌓여서 추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과관계가 길어져도 [처음에, 그다음에, 그다음에, …. , 마지막에]로 설명하면서 책을 읽히면 인과관계의 단계를 늘릴 수 있다. 아이의 수준과 흥미에 알맞은 책을 고르는 것이 어려운 일이므로 활동 시간에 비해 준비 시간이 긴 편이라고 하겠다.


인과관계에 대해 이해를 하고, 선후를 짜 맞추는 사고가 안정되면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책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창작동화나 생활동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여러 차례 실패하였는데, 결국 정착한 것은 전래동화집이었다. 적당한 글밥에 기승전결이 명확한 줄거리여서 그런지 집중을 하며 잘 읽었다.


전래동화집을 고를 때에는 글밥이 너무 많지 않을 것이 첫 번째 기준이어서 "유치원", "어린이집", "미취학" "누리과정"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하여 골랐다. 실제 책의 페이지를 미리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뒤져서 글밥과 그림의 비중을 보고, 책 소개 란에서 한 권당 몇 페이지 정도의 길이인지 본 뒤 중고책 사이트에서 새것 같은 중고를 구매하였다.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고, 명작동화에 비해 전래동화가 좀 더 친근감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민속촌이나 수업시간에 본 자료들과 비슷한 것들이 종종 보이면 더 좋아하곤 했다. 전래동화는 초등학교 내내 이어지기 때문에 초등 연계용 선행으로도 좋았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면, 첫 번째 문제로는 항상 책의 제목을 물었다. 제목은 외울 필요 없이 아이가 책을 들고 표지에 있는 글자를 찾아서 알려주면 맞춘 것으로 하였다. 제목은 이야기의 주제를 관통하는 것이므로 제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확장된다고 보면 된다. 즉, 제목을 잊지 않은 채로 책을 보면 집중이나 연결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다음에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을 했다. 이것 역시 주인공을 외워서 쓰게 하지는 않고, 책을 뒤져서 주인공의 이름을 쓰거나 자기가 기억하는 어휘로 답하면 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여자아이"라고 답하는 것이 "심청"이라고 답하는 것과 동일하게 인정해 주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는 아이의 특성상, 이름은 몰라도 그림상의 여자아이가 쭉 어떠한 일을 겪는지 기억한다면 그것으로 우선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일부러 이름을 쓰도록 칸을 별도로 만들고 이름을 찾도록 하였다. 나중이라고 말을 하는 이유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제목과 주인공 그리고 내가 제시한 주제어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였다. 심청이라면 "꽃" "아버지" "배" 같은 식으로 제시했는데, 지문으로 제시한 단어들은 책을 읽으면서 슬쩍슬쩍 강조해서 반복해 준 다음에 지문에서 보여주었다. 회독을 거듭할수록 간단한 문장으로 이야기의 내용을 묻되 난이도를 회독 수에 따라 높여갔다. 주로 그 책의 내용에 비추어 맞는 문장과 틀린 문장을 찾도록 하는 과제들이었다.


심청전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전집을 읽어보면 그중에서 쉬운 것과 중간 그리고 높은 난이도의 이야기를 골라낼 수 있다. 우리가 난이도 묶음별로 책을 준비하여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한번 활동하면 하루에 한 권씩 읽더라도 몇 달이 걸린다. 내가 선택한 전집은 80권이었기 때문에 1년 가까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 활동에 사용하기에는 내용이 애매하거나 아이가 흥미를 가지지 않을 만한 줄거리, 그리고 그다지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 등은 뺐다. 두 번째 회독에서도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차례로 다시 읽히되, 독후 활동에서 요구하는 문제의 난이도를 높인 것이다. 세 번째 회독에서는 아이가 어려워하거나 글밥이 긴 것들 중심으로만 읽혔다.


책의 내용을 보고, 아이가 헷갈려하거나 어려워하는 것, 좋아하거나 지나치게 꽂히는 것 등을 감안하여 문제를 내어서 아이가 얼마나 책을 이해했는지 파악하여야 하므로 준비할 것이 많다. 그리고 어차피 암기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므로 문제의 지문에 해당하는 책을 보고 찾아서 쓰는 것을 허용하였다. 아이가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날에는 생략을 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고 가볍게 즐기게 하기도 하였고, 내 예상과 달리 너무 싫어해서 도무지 집중하지 않는 이야기는 결국 제대로 읽히지 못했었다. 아이가 좋아하고 집중해 주어야 의미가 있지, 재미없다고 하는 책을 앞에 두고 씨름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여기까지 아이랑 잘 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는 어느새 이런저런 단어들을 사용하고 글로 쓰고, 맞는 내용과 틀린 내용을 구별해서 잘 답하고 있다. 정말 너무 훌륭하고 감사한 일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같이 읽으면서 말하기로 즉문즉답처럼 독후활동을 하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말하기가 어려워서 글을 배운 것이므로, 이것은 사실 이상향에 가깝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문제를 같이 풀어보는 것도 정말 좋다. 하지만 아이의 수준에 따라 책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고, 기승전결과 숨겨진 플롯 등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전래동화 정도의 기승전결을 소화해 낸 뒤, 우리는 "선생님이 만든 좔좔 글 읽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4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제법 높은 수준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시리즈는 정말 좋다. 진짜 좋다. 이 책을 풀다가 아이가 어려워하면, 그 앞 단계의 문제를 모방하여 문제를 만들어 풀게 하면 된다.


이 시리즈를 마치면 어떻게 될까? 초등학생용 문해력 문제집을 사서 풀면 된다.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뉘어 있기도 하고, 실용글이나 교과서 연계 지문 중심으로 나오는 시리즈도 있다. 아이가 편식하지 않도록 골고루 섞어서 풀게 하면 된다. 우리는 초등 수준의 문해력 문제집을 푸는 데까지 왔고, 아직도 매일 조금씩 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문해력이면, 성인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수준만 되어도 자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해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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