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하는 마음
며칠 전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사전 질문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다른 인터뷰에선 없었던 몇 개의 질문 중 유난히 마음이 머무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어린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막연히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저에게 이 질문은 꽤 난감하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듣지 못해 아쉬웠던 말, 어른이 되어 보니 너무나 중요했던 말을 하나 씩 떠올리며 대답을 써 내려갔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에 사는 이반에게 어느 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엉덩이에 아주 길고 아름답고 튼튼한 꼬리가 생겨난 것인데요. 이반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괴로워하고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꼬리를 떼어내려 애를 씁니다. 그럴수록 꼬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 세상을 홀릴만한 목소리로 노래만 부릅니다.
사람들은 꼬리를 잡아당기다 점점 마을을 벗어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세계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반만이 마을에 홀로 남겨진 것이지요. 다행히 꼬리는 지구 둘레만 했고 사람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이반과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이상한 꼬리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노래하는 꼬리'는 곡선의 우아함과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그 유연한 흐름 속에서 낯설고 이상한 존재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경쾌하고 대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매혹적인 노랫소리와 함께 서로를 환대하는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꼬리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좁은 마을에서 새로운 재미와 자극을 원했던 아이의 무의식 같기도 하고 이제 막 자의식이 생겨난 아이의 심리적 발달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우리 모두에게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기대나 열망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리의 은유는 우리를 폭넓은 연대의 장으로 초대합니다. 이질적인 것을 겁내며 작은 생각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꼬리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포용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벅찬 희열을 느낍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이반의 사랑스러운 꼬리가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이길.
어느새 사라져 버린 나의 꼬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꼬리를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아이들의 꼬리로 인해 세상이 더 유연해지고 풍요로워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울려 퍼지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꼬리를 떼어가려는 세상과의 싸움에서 아이들이 지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편에서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저는 세 가지의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세요.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세요.
우리 다 같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