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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Jan 03. 2024

한 여자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다

- '면접 보러 가서 만난 여자'를 읽고 -

‘나를 키울 사람도, 나를 구할 사람도 오직 나뿐이라는 것!’ 


 이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에 부합하는 작가의 단호한 의지가 박힌 문장이다. 결국 ‘나’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한 여자의 취업 분투기와 ‘인생 주도권 되찾기’가 눈물겹다. 아니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취업을 위해,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위해 치열하게 부딪친다는 것이다. 


 ‘벽이란 것도 달려가다 만나야 한다. 달려가는 와중에 벽을 만나면 어떻게 넘어야 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궁리라는 걸 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고 집에서 벽을 마주하게 되면 그것은 넘어야 할 관문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구조물이 된다.’ 이런 성찰이 있어서일까? 작가는 이미 길 위에 서야 할 당위성을 깨닫고 밖을 나선다. 밖에 있어야 내 안의 구조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나는 딸을 키웠고 아들을 키운 엄마다. 딸은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를 해야 하고, 곧 취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며느리 또한 언젠가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둘 다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이라는 말은 어디서부터 나온 말일까? 

 “나이가 너무 많으시네요. 경력 단절 기간도 너무 길고요.”

 “저희는 신입을 뽑는데 나이가 많으셔서 어렵겠네요.”

 “저희가 불편합니다.”


 우리나라 취업 전선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라고 한다. 회사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럼, 나이 먹고 애 키우다 나온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이런 현상을 가져온 사회가 편하지 않았다.


 작가는 자그마치 600통 넘게 이력서를 썼다고 한다. 지금 작가 나이 40대를 통과하고 있다. 


 ‘수많은 면접을 보기 위해 수십번도 넘게 용기를 내었지만 어떻게 자기소개를 해도 경단녀에 애 엄마란 결점을 커버할 수가 없었다.’


 12년 차 경단녀 엄마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땅의 젊은 엄마, 아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또한 자식 같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내는지 사실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뭘, 이깟 고생은 고생도 아니지, 우리도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너희들이 알기나 해? 라고 말하기엔 요즘 젊은이들의 수고와 노고에 눈감고 귀 닫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한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 분투기로만 읽을 수 없었던 이유가 또 있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위한 취업을 목표로 하지 않아서이다. 아이 셋을 둔 엄마의 육아 공력(功力)과 회사를 나온 지 2년이 넘어가도록 가정을 돌보려 하지 않는 남편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한 사람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들여다보려는 작가가 성장하는 과정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서였다. 


 ‘변화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진짜 변하고자 한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자기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나를 믿는 것이다. 40여 년을 살아오느라 누구보다 수고한 나, 앞으로도 수고로울 나,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나는 나를 응원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기를 쓰고 내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새해 읽은 첫 책 『면접 보러 가서 만난 여자/서인주/담당글방』 이다. 나는 서인주 작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기꺼이 응원할 것이다. 


 ‘나의 삶은 내가 최초로 시도하는 삶’이라고 류시화 시인은 아주 멋진 말을 했다. 또한 ‘삶을 꽃피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스로 꽃을 피우는 일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삶이 꽃피어 나도록 돕는 일’이라고. 


 서인주 작가는 스스로 애써 꽃을 피울 것이고, 그 꽃의 선한 영향력을 받은 또 누군가는 자기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는 걸 믿고 싶기 때문이다. 


 책 속 작가의 목표를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것. 남들 보기에 좋은 내가 아닌, 내가 봐도 더 없이 좋은 나. 그것이 새 목표가 되었다.’


 나 역시 작가의 목표와 다를 바 없다. 책을 읽은 내가 변화를 시도하기에 더없는 계기가 된 책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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