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시선 18
봄은 더디게 오고 그의 죽음은 임박했다.
국밥을 먹는데 콩나물과 황태가 끝없이 올라온다.
이렇게 좀 길게 살지,
늦둥이로 얻은 아들 유치원에 입학하는 날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끌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길
물기 어룽거리는 눈길에 어린 아내 붙들려 있다.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하지 않았을 텐데
서른하나에
지아비를 잃은 아내가 고개를 꺾는다.
살아갈 날이 많다고 말하지 말자.
아내의 어깨에 채 봄볕이 내려앉기 전 그의 세상은 이미 차갑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
국밥집에 걸린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 적힌 현수막 아래서
뜨거운 국밥을 먹는다.
조금 더 살다 가지,
힘껏 살지 그랬어,
장대 같은 키를 하고 희미한 미소가 잘 어울리던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 녀석은 동네 동생이었고, 내 수업을 듣는 아이의 아버지였다.
사는 동안 이런 서사를 보는 일이 쉽지 않다.
봄의 무게를 가늠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