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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Aug 30. 2024

바늘 끝 폭염

보통날의 시선 26



바늘 끝 하나 꽂을 데 없던 여름의 틈이 보인다.

새벽공기가 느슨하다.

훅, 끼쳐오는 한 줄기 바람에 들떴던 얼굴의 근육이 풀린다.

팔월을 감당하지 못했던 습도가 비로소 가벼워진다.

살만하다.


저절로 오는 일 없듯이


텃밭의 청양고추가 붉게 익는다.

키를 늘리던 가지가 서둘러 길이를 낮추고

해바라기 긴 줄기 안에서 공명하던 여름이 노랗게 씨를 태우며

시원하게 잘려 나갔던 머리카락이 주춤, 미용실의 계단을 늦춘다.


분명하게 알겠다.


이제, 누군가는 타는 여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것

방치해 놓았던 여름풀이 장대같이 자랐으나 더는 초록을 늘리지 않으리라는 것

엎치락뒤치락 불면의 밤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는 것

목을 축이듯 마디를 굳힌 베란다의 녹보수가 지난여름의 흔적을 너울거리는 옆에서 

찢어지게 우는 매미 소리에 더는 여름이 실리지 않았음을 

즐겁게 실감하는 것


하여, 

촘촘한 여름이 녹고 스민 구름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여름은 

사느라 애쓴 누구나의 한바탕 축제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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