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리 Dec 21. 2023

골프와 인생, ‘쉽다는 그 점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골프 그 재미와 의미

골프와 인생, ‘쉽다는 그 점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움직이는 공을 대상으로 하는데요. 구기종목 선수는 움직이는 공을 잘 치는데, 골퍼는 왜 멈춰 있는 공을 잘 치지 못할까요?


테니스 세계랭킹 1위였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는 골프 선수로 전환하여 유로피언 투어 2부 리그를 뛴 적이 있는 데요. 대부분의 대회에서 압도적인 꼴찌를 했습니다. 27 오버파로 컷탈락하는 경우도 직접 봤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클럽의 클럽 챔피언, 즉 아마추어 골퍼가 11 오버파로 컷탈락한 경우와 비교해도 한참이나 차이가 났죠.  


골프의 어려운 점은 공이 멈춰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조코비치의 강한 스트로크는 라켓만 가져다 대면 반발력으로 잘 나가죠? 랜디 존슨의 강속구는 배트에 맞추기만 해도 홈런이 된다는 말도 있었죠. 물론 라켓을 잘 가져다 댄다든가, 배트에 맞추기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구기종목 선수들은 공이 멈춰 있기 때문에 치기 어렵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이 멈춰 있기에 어려운 이유는 정지한 공에 움직임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죽은 공을 살려야 하는 것이죠. 이 말의 의미를 리오넬 메시나 가레스 베일 같은 선수는 이해할 수 있을까요?


축구에서 메시가 긴장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나요? 거의 없죠! 그래도 언제 긴장하죠? 페널티킥을 찰 때 긴장합니다. 지난 월드컵 결승에서 메시가 페널티킥 찰 때의 모습을 보세요.


간결하면서도 강하게 공을 차는 선수 중에 페널티킥, 프리킥, 코너킥을 잘 차지 못하는 선수는 많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코너킥을 전담했는데, 잘 차지 못했죠. 문제는 나머지 선수는 손흥민 선수보다 더 못 찬다는 것이었죠. 움직이는 공을 잘 차는 선수가 정지한 공을 못 차는 경우는 있어도, 죽은 공을 잘 차는 선수가 산 공을 못 차는 경우는 없죠. 이게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멘탈의 문제죠.


정지한 공에 움직임을 창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골프가 더 어려운 이유는 공이 자주 정지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정지한 공을 치는 간격이 엄청 길다는 겁니다. 공은 계속 죽고, 죽은 공을 살려야 하는 행동, 즉 스윙과 스윙 사이의 간격은 너무 깁니다.



연습장에서 잘 맞는 공이 왜 필드에서는 잘 맞지 않죠? 연습장에서는 공을 치는 간격이 짧아서 방해 요인이 적기 때문이에요. 페널티킥에서 긴장하는 메시가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가 만들어졌을 때, 긴장할까요? 안 하죠. 그 순간이 너무 짧아서 긴장할 시간이 없죠.


필드에서는 스윙과 스윙 사이에 간격이 너무 길어서 오만 생각이 다 들죠. 대부분의 골퍼는 우유부단하여 어느 클럽으로 어떤 샷을 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잘못될 경우를 생각하고, 스윙 템포와 리듬에 의문을 가지며, 자꾸 나쁜 기억이 떠오르죠. 그리고 많은 변수를 다 고려하려고 하죠.


움직이는 공을 칠 때는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가 없죠. 움직이는 공에 따라 몸이 반응할 뿐이죠. 방해 요인이 적은 거죠.


또 한 가지는 핑계죠. 움직이는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때에는 수많은 핑계가 가능하죠. 미세한 불규칙 바운드가 있었다. 공이 굴절되었다. 수비수가 마크를 너무 잘했다. 투수의 공이 처음 보는 마구였다. 공을 차는 순간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움직이지 않는 공을 칠 때는 그런 핑계가 불가능하죠. 핑계를 대지 않는 골퍼는 그렇기 때문에 더 완벽하게 치려고 하죠. 완벽에 도달하기 위해서 우리 머릿속이 복잡해지죠.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죽은 것을 살리는 마음으로, 되도록 간결한 루틴을 유지하고,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타깃에 반응하는 것이죠.


이 말 자체가 벌써 오만가지 생각이죠. 그러니 골프가 어렵죠. 날씨가 추워서 필드에 나가기 어렵나요? 연습장에 가서 죽은 공 100개만 살리고 올까요?


(위의 포스팅 중 주요 명제는 Nick O’Hern이 한 말입니다. 예시로 든 것만 제가 보탠 것입니다. 그는 프로 선수로서 타이거 우즈를 월드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두 번 이긴 유일한 선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칼럼의 가격? 더타임스는 한 단어에 1644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