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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엄마 Sep 17. 2021

나답게 육아#14. 내 아이의 사회생활-2


 힘들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3학년이 지나고 4학년이 되었다. 올 해는 작년보다 더 아이와 무사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것이 힘들다. 힘들어진 데에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주장이 강해진 것도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며칠 전 아침 아이가 등교하고 그날 예정되어 있던 화상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하기 위해 바삐 집을 정리하고 씻고 있었다. 머리를 감느라 미처 받지 못한 전화가 있었다. 머리에 수건을 둘둘 말고선 휴대폰을 보니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다. 가슴이 ‘쿵’했다. 아침에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오는 건 좋은 조짐은 아니니까. 전화 해 보니 담임 선생님께서 등굣길 학교에 오고 있는 아이를 봤다는 친구가 있는데 아직 학교를 오지 않아 전화를 했다 하신다. 


나 : “어제보다는 늦게 나갔지만 교실에 정상적으로 도착할 시간에 나갔는데 도착하지 않았나요?”

선생님 : 안 와서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 전화가 오기 직 전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별일 없었나요?

나: 평소 안 그러는데 오늘은 학교를 가기 싫다고 말했어요. 간 밤에 늦게 자서 피곤해 저러거니 싶어 얼른 챙겨 나가라고 했었습니다. 

선생님 : 어제 제가 야단을 많이 쳤습니다. 저도 아이랑 잘 말해볼 테니 나중에 마음 잘 달래주세요. 


평소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편인 아이라서 선생님께 야단을 많이 맞을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제 학교 다녀온 후 “학교 생활 어땠어?” 물어봤을 때만 해도 별 말이 없었는데. 어떻게 물어볼까 하다가 아이에게 바로 물어보기로 하고 귀가를 기다렸다. 하교하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여상한 목소리로 “잘 다녀왔어?” 물었다. 별 일이 없었다고 하고는 손 씻고 방으로 쓱 들어가 버린다. 간식을 챙기고는 방에 있는 아이를 식탁으로 불렀다.


나 : 민아, 오늘 아침 선생님이 종이 쳤는데도 네가 오지 않았다고 전화를 하셨어.

아들 : 우산이 뒤집어져서 그렇게 됐어요. 

나 : 그랬어? 우산이 뒤집어질 만큼 바람이 세게 불었구나. 근데 선생님께서 어제 많이 혼냈다고 하시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아들 : 가림막이 떨어졌는데 선생님께 혼났어요. 


 코로나19로 초등 교실에는 모든 아이들은 짝이 없이 한 줄로 앉으며 책상의 삼면은 가림막이 설치되었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1학기 때부터 떨어지려고 했었다고, 어제는 떨어질 것 같아서 손을 댔는데 떨어져서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는 OO처럼 일부러 가위로 자른 것도 아니고 실수로 한 건데 선생님이 혼내서 억울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의 목소리는 억울함과 화로 가득했다. 떨어지려고 해서 붙여놓으려고 했는데, 몸을 숙였는데 등등 전과 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와서 사실은 상황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꼬치꼬치 캐물으려 하다가 내가 상황을 알려고 하는 것이 평가와 판단을 하는 버릇이 나오려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말을 들으면 나는 담임 선생님께 전화해 양측이 같은 말을 하는지 확인하려 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아이가 하고 싶은 만큼 말하게 두고, “속상하고 억울했겠다.”하고 말했다. 떼려고 한 것도 아닌데 떨어진 거니 본인도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걸로 혼이 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할 때 컴퓨터 너머의 선생님은 유머러스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셔서 “선생님이 혼을 많이 냈다고 하시던데 그러셨니?” 했더니 아주 많이 혼났다고, 교실에서는 야단치실 때 무섭게 야단을 치신다고 한다. 그래 그랬구나. 선생님은 기물을 좀 더 조심히 쓰길 원하셨나 보다. 그래도 네가 참 창피하고 화가 났겠다 했다. 아이의 선생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야단 칠 상황에서는 제대로 혼을 내시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이가 1학기 때 친구가 담임 선생님께 혼났는데 매우 걱정이 되었다고 했던 것도 새삼 생각이 났다. 


 말문이 터지자 그날은 그간의 설움을 엄마에게 알아달라고 하는 날이 되었다. 저녁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요즘 아이의 최대 화두는 ‘게임’과 ‘친구관계’인데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아이에게 절교하자는 쪽지를 수업시간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쪽지가 OO이라는 또 다른 친구와 관련이 있어서 그 친구에게 쪽지를 주다가 선생님께 불려 나가서 친구들 앞에서 혼이 났단다. "기분이 어땠어?" 묻자 비참했다고 한다.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엄마 오시라고 할까.”라고 하셨단다. “아이고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근데 민아 수업시간에 쪽지를 주고받는 건 하면 안 되는 건 줄은 알고 있지?”라고 말하고 있던 나는 아이의 마지막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민아, 지금 선생님도 그렇고 앞으로 만나는 어떤 선생님이든 엄마 오시라고 할까 라고 하시면 네! 불러주세요 하고 말씀을 드려. 네가 잘못한 일이면 엄마도 같이 가서 사과를 드리고, 해결을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결을 위해 도와야지. 그 자리에서 엄마도 아빠도 널 혼내거나 야단을 치지는 않아. 그러니 엄마 아빠가 혼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하지 마. 엄마가 가야 하는 일이라면 선생님이 그냥 엄마를 부르셨으면 되었을 텐데 그렇게 말씀하신 건 엄마가 생각할 때는 좀 아쉽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쪽지로 절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11살 인생에서 어쩌면 공부보다 친구는 더 크고 중요한 문제인데 쪽지를 주고받은 것은 야단을 치더라도 앞 뒤 이야기는 들어보셨으면 좋았을걸. 아이는 그날 친구로부터도, 선생님으로부터도 마음을 다쳐 왔었다.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어느 날이었을까? 그날 나는 학교 다녀오는 아이를 잘 맞아줬을까 새삼 더듬어 생각하게 되었던 저녁이었다. 진정한 권위가 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일러주겠다고 하며 상황을 급히 마무리시키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눈치가 없고 상황을 살피기보다는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아들도 참 아쉽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친구들이 10분이 넘게 화면에 낙서하고 채팅하면 혼자서 “채팅하지 마라, 낙서 지워라.” 하다가 마지막에 꼭 한 줄 덧붙인 채팅으로 선생님께 이름이 불리는 아들이었다. 아이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역시나 엄마는 아이를 다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역시나 ‘만들어서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의 기준을 알려주었다면 이제 엄마가 할 일은 들어주는 것과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불편한 게 아니라 서로서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맞출 수 있는 거라고. 오늘도 11살 아들의 사회생활을 보면서 그렇게 세상의 진리를 경험하는 11살 엄마다. 아이의 사회는 시작되었다.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을 경험하면서 대처방법도 알아가겠지.  아이가 상처를 경험하더라도 회복하는 방법을 알아가도록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만날 많은 다른 어른들과 좋은 파트너십을 쌓아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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