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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Jul 24. 2022

어린시절 기억을 치유하며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유독 집착하는 부분이 한 가지씩은 있는 것 같다.

벌이도 괜찮고, 재테크를 잘해서 모아둔 돈도 꽤 많은데 더 많은 돈을 모으려고 집착하는 모습.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 남들에게 돈을 흥청망청 쓰는 모습.

아이가 충분히 혼자서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것 같은데, 안절부절 혹여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집착하는 모습.

자기 일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부모님께 충분히 효도하는 것 같은데도 현재 자기 삶을 희생하며 부모님에게 지나치게 효도하는 모습.


나를 포함해서, 난 이상하게 한 가지에 집착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구나,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예전에는 먹고살기 바빠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저 사람은 그런가보다 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유독 내가 집착하는 부분도 내 만족이 아직 충족되지 않아서 집착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전에 글에도 썼듯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근데 그 집착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다시 또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웃긴 것은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 때와 지금 상황은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시간이 많은 관계로 왜 나는 지금도 만족을 못 하고 있는 걸까?를 깊게 고민했었다.

내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부모님이다. 나의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네남매를 키우시느라고 한 평생 고생만 하셨다. 지금은 자식들 다 장성해서 각자의 밥벌이는 충분히 하고 있고, 부모님도 모아오신 자산이 충분히 있다. 더는 일을 안 해도 노후를 편안히 보내실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365일 일하신다. 가게에 사람 쓰는 것도 미덥지 않아 두 노부부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신다. 일을 열심히 하셔서 집에 신경 쓸 여유도 없다. 집은 항상 깨끗하지 못하고, 식사도 마트에서 세일하시는 재료를 사서 드신다. 먹고 싶은 음식도 참는 경우가 많고, 사고 싶은 것도 참는다.

한평생 그렇게 살아오셔서 절약하는 습관,

가치관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내가 돈을 더 벌어서 부모님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더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내가 나는 버겁다. 언니네들이 재테크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위기감과 묘한 경쟁심이 생긴다. 나도 더 더 노력해서 자산을 불려 나가고, 부모님에게 더 더 잘하고 싶다.

이런 집착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친구나 지인분들에게 의리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계산적이지 않고 진실한 사람이고 싶다. 친구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 이런 마음들이 커 갈수록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거나 생각해주지 않다고 여기면 실망감에서 더 나아가 배신감마저 든다. 계산적이지 말자 해놓고 어쩜 더 계산적일지도 모르는 내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

상대방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내가 해주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마는 건데 난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왜 사랑을 갈구 하고 있는 걸까?


장신웨 저자의 <코끼리 같은 걱정 한입씩 먹어 치우자> 중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행복한 사람은 일생을 어린 시절에 의해 치유를 받지만

불행한 사람은 어린 시절을 치유하는 데 일생을 보낸다."


내가 이렇게 유독 집착하는 것들은 어린 시절 상처 받았던 것에 대해 스스로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끊임없는 비교와 상처 주는 말들로 나는 자존감이 낮았다. 부모님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 많지 않기에 마흔이 다 돼가는데도 난 응석받이 어린애처럼 부모님과 주위 분들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그래서 무탈한 이 일상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현재 아이와 내가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고 있고, 미래를 위해 돈을 불려가고 있는데도 난 어린 시절 기억으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집착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압박감, 죄책감이 범벅이 돼서 욕심을 부리고 있다. 그 욕심은 나를 더 지치게,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관계 역시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완전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살아온 환경, 성향, 마음의 깊이에 따라 언제든지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 관계가 몇십 년 된 관계일지라도.

관계에 집착할수록 상처받는 건 나 자신이다.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도 없다. 나 역시 아무리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도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는 어린 시절 기억을 치유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과 주위 분들과 나를 분리 할 것이다. 내 삶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타인이 어떻게 살든,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개의치 않고, 나와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살고 싶다.


그렇게 홀가분하게, 나를 믿고, 과거에 갇혀서 살지 말고 너무 애쓰면서 살지 말자.


소중한 내 아이에게는 행복한 기억만 가득 담아주어 풍파가 왔을 때, 어린 시절 기억으로 치유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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