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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Aug 31. 2021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침, 저녁 때로는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슴 두근거림과 함께 찾아오는 불안에 대한 원인을 알고 싶어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의사선생님에게 내 이야기를 쏟은 후, 갔다 온 직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알 수 없는 우울함으로 밤잠을 설쳤다. 내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 브런치 플랫폼에 병원 갔다 온 날, 글을 올렸지만 마음이 상쾌하기 보다는 후회가 컸다. (글은 내렸다)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글까지 올렸을까?’, ‘내가 어쩌다 정신과까지 오게 되었지’. ‘병원 가기 전 약간의 불편함이었는데, 감정이 더 안 좋아졌어, 괜히 갔나’, ‘이 약 하나가 내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게 싫어’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매일 아침 약을 챙겨 먹었지만, 불안이 잠시 사라졌을 뿐, 불안이 간 자리에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다시 나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삼 일째 되던 날, 이상하게 나를 괴롭힌 불안했던 감정이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하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고, 그 전처럼 불안에 떨지도 않게 되었다.

병원에 갔다 온 후, 마음을 수양하러 여러 권의 심리학을 읽었다. 기존에 알던 내용이었지만, 새롭게 다가왔다. 다수의 책은 나에게 말했다. 부정적 감정이 들면 한 발 떨어져서 관찰자 입장에서 감정을 들여다 보라는 거였다.

나는 저번 면담 때,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해 준 “불안은 연기와 같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이 불안은 조금 있으면 사라질 거야’ 그랬더니 정말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 전에 나는 불안이 올 때면 “왜 또 가슴이 두근거리지?” 불안한 내 부정적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을 했었다. 한마디로 불안에 몰두했던 것이었다. 그 불안을 빨리 없애려고 긍정적 말을 계속 되뇌며 집착하고 있었다.

불안이나 슬픔, 화도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분명 스쳐 지나갈 거라는 사실을 이제야 더욱 와닿게 되었다.

우리가 기쁜 감정이 계속 지속하지 않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도 우리에게 왔다가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갖자 한결 편해졌다. 약 때문인지 주말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못 잤던 잠이 한꺼번에 찾아왔는지 잠이 수시로 왔다. 병든 병아리처럼 내내 잠을 잤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병원에 가게 되는 날. 아침에 운동을 다녀온 후 컨디션은 그 전과 다르게 상쾌했다.

저번주에 받았던 문장완성검사,MMPI(성격검사), 간이 정신진단 검사지를 들고 내원했다.

내 차례가 다가오자, 가슴이 또 두근거렸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자 진찰실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한 주 동안 어땠는지를 물었다.

솔직하게 나의 불안을 조절한 일, 잠을 못 잔일,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찾아온 것에 대해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검사지 결과표를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검사지를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보이는 것은 없어요. 아마 상황적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의사 선생님 말에 안도와 내가 요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사실 나는 강의 준비를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내가 강의를 해왔던 사람도 아니고, 강의를 꿈꿔왔던 사람도 아니다.

처음에는 잘 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다. ‘실수하면 어쩌지’, ‘강의를 들었는데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온갖 부정적 감정이 나를 괴롭혔다.

나 역시 아직 불안장애를 완전히 고친 것도 아닌데, 힐링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 무게감이 나를 짓눌렸다.

그리고 1년간 온라인 활동과 강의 준비로 쌓아오던 스트레스는 나를 더 옥죄어왔던 것 같다.

뭘 하나 배우면 성과를 보여야 했고, 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 배워야 했던 지난날이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께 말했다.

“그럼 제가 당분간은 강의준비를 내려 놓는 게 낫겠죠?”

“아니요. 도전해보세요. 불안하다고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제가 강의하기 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약을 하나 더 처방할게요. 그러면 더 수월해질 거예요.”

눈물이 났다.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 어떤 말보다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맞아, 나는 완벽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게 아니야. 내가 병적인 불안에서 벗어나고, 힘들었던 육아에서 조금은 편해졌던 것을 같이 공유하고, 성장하기 위해 강의를 만들려고 했어. 가보지 않은 세계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어. 책이 나오기 전에도 불안했지만, 거봐 지금은 괜찮아졌잖아. 분명 넌 잘 해낼 거야. 불안 올 테면 와봐!’

의사 선생님 말을 듣고 이렇게 나를 다독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몇 번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아질 거라는 의사에 말에 웃으며 진찰실에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태어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심한 불안으로 수면제에 의존하고 잠 못 이루던 날,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던 나날.. 그 터널을 지나 성장했고, 불안이 찾아오기 전과 같이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다.      


혹시 불안이나 우울로 힘드신 분들은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보다는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진찰을 받기 바란다. 자율신경이 과다해진 것을 약을 통해 조절한 후, 책이나 명상 등 마음 수양을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믿는다.

부정적 감정으로 힘드신 분들은 꼭 이 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 감정이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집착하고 강제로 억압을 하면 더 힘들어질 뿐이다. ‘아 이런 감정이 나에게 왔구나.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흘려보내면 분명 마음에 편안함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감정에 취해 힘들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꼭 해결점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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