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은 노동일뿐이다.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이 업이 돼서 일이 곧 놀이가 되고, 삶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마흔이 되면 자신의 하는 일에 매너리즘에 빠져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거나 고민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꿈을 좇았던 때가 있었어요. 20대 때 제 삶을 축약해보면 꿈을 위해 희생했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어요. 10대 때부터 전 항상 제 진로를 고민했었습니다. 꾸미는 것과 옷이 좋아 패션 쪽 일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불안정한 직업이라고 반대하셔서 저는 무난한 과에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항상 갈증이 있었습니다. 패션계에 일하는 사람들을 동경했어요.
그리고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항상 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20대 중반에 큰 결심을 하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큰 꿈을 안고 옷 가게 창업을 했습니다.
제 인생에 첫 도전이었습니다. 주위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을 다 투자해서 스스로 결정을 한 후 차리게 되었습니다.
제 첫 도전은 어땠을까요? 그쪽에 경험이 없던 저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이리저리 치이고 좌절하며 일을 익혔습니다. 몇 개월간 잘 나가는 옷 가게에 직원으로 들어가서 일을 배웠으면 좋았으련만 저의 의욕이 앞서서 냅다 지른 후, 깨닫게 되었네요.
위치가 좋지 않아서인지, 타겟을 둔 사람들은 제 가게 쪽에 많지 않았어요. 저는 세미스타일 직장인 여성을 위한 옷가게였습니다. 하지만 제 가게 쪽에 다니는 사람들은 주부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캐주얼한 옷이 더 잘 팔렸습니다. 초반에 장사가 안돼도 뚝심 있게 컨셉을 밀고 나갔더라면 단골도 생기고, 더 잘 되었을 텐데..
저는 자본력이 없어서 바로 잘 팔리는 캐주얼한 옷으로 컨셉을 바꿨습니다. 점점 좋아하는 일이 아닌, 매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애써 정신 승리하며 그래도 3년간 잘 운영해왔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는데 저는 행복했을까요? 전 일을 해보고 알았습니다. 저는 저를 꾸미는 것을 좋아했던 거였고, 남을 꾸며주는 일에는 큰 흥미를 못 느낀다는 사실을요. 옷 하나 팔려고 사람들 비위 맞춰서 영업하는 것도 제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또한 꿈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고, 항상 미래를 보며 살았습니다. 20대 때만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꿈을 이루면 하자는 생각으로 보류했지요. 제 머릿속에는 오직 ‘꿈’,‘성공’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결혼하고, 이혼했습니다. 30대에는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고, 생계 때문에 꿈꾸는 것은 저에게 사치였습니다. 오로지 살아내기 위해 살았네요. 도전도 꿈을 위함이 아닌, 생계를 위해, 돈을 더 벌기 위한 도전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흔이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이나 유튜브 제 또래 영상을 보다 보면 이제라도 자기 꿈을 위해 살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꿈이 없는 건 죽은 삶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인간의 제일 마지막 욕구는 자아실현이라고 하지만, 저는 이제 그 꿈을 좇지 않습니다.
직업으로서의 꿈이 없습니다. 저에게 일은 노동일 뿐이에요. 제 밥벌이 수단일 뿐이죠. 돈을 벌기 위한 과정일 뿐이네요.
사실 좋아하는 일 하며, 자아실현 하는 분들이 부럽기도 해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세계니깐요. 하지만 20대 때 꿈을 위해 너무 치열하게 살아서인지 이제는 꿈을 찾겠다는 의지조차 없네요.
하지만 제 삶에 대한 꿈은 있어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올바르게 잘 키우는 일, 그리고 나중에 나와 잘 맞는 반려자를 만나 시골에 내려가서 숲과 책이 항상 가까이 있는 삶을 꿈꾸네요. 그렇게 편안한 일상을 꿈꿉니다.
그 꿈을 위해 지금은 열심히 돈 벌고,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현재 삶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아보려고 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편안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