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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Feb 21. 2017

이상한 나라의 잴리스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유


'잴리스'



내 앞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이것저것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을 하고

몸을 살짝 15도 각도로 틀어 젖힌 채

엉덩이만 연신 뒤로 젖혔다 내려놓는 


나는 잴리스라네.



군더더기 없는 무채색의 이 남자가 순식간에 '금도끼도 되었다 은도끼도 되었다'

몸통 한복판에서 '첨벙' 소리를 내며 수평으로 들었다 나갔다 해도 별 수 없는,



나는 광대버섯을 몸안에 들여 마구마구 자라게 하고 마는 그렇고 그런 잴리스라네.


털 주머니 수천, 수만 개를 다닥다닥 심어놓은 긴 머리가 가득 달린 머리 피부

연신 왼손 오른손 다섯 손가락으로 쓸어대며

손가락 끝에 머리카락 끝이 다다를 때마다

고개따라 눈도 내려 깔았다 올려 뜨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이상한 나라의 잴리스라네.




코끼리 잡아 삼킨 보아뱀도 모를 능글맞은 마음을 연신 풍풍 품어대고

평소처럼 입으로 나오려는 말들을 가닥가닥 짚어내서 억지로 비강으로 밀어 뿜어 올리는,

더럽게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물담배 피우는 근사한 애벌레가 친구

나는 잴리스라네.





저 남자 손끝에 보이지 않는 실을 묶어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하는 꼭두각시놀이하자 꾀어서

원인도 모르고 목적지도 몰라 헤매는 시선이 간지러워

손끝의 실을 한참 당겼다가,


입술 주름을 살짝만 풀어 꼬리만 살짝 올려서

그 사람 눈꼬리와 맞닿고 웃는 

나는 이상한 나라의 잴리스라네.




그러다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니,



살짝 눌러쓴 그의 모자가 '흔들흔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검다가도 갈색빛을 띠는 구덩이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그를 입고 냅다 뛰어들기에 나도 따라 좇았더니



깊이 더 깊이 이끌려 가다가 어딘가에 다다라서는

사방이 흔들리며 정신이 몽롱하고 아득해지다가


차원이 반 덜된 반으로 접혀버리니 따라서 황량해진 주변 풍경에 놀라


순간 당긴 실을 '팽'하고 놓아버리는 한 차원만큼이나 겁 많은 잴리스.





뛰어가던 그가 마침 놓쳐버린 실의 일순간을 되찾으려 뒤를 돌아

뛰쳐 들어갔던 속도로 뛰쳐나와 내가 우뚝 선 자리를 짚으며 연신 벅찬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째깍 이는 그의 회중시계를 보란 듯이 머리에 내려쳐 깨트려 버리니



그제야 만족한 듯 발그레 웃는.





"아! 잠깐 잊은 것이 생각났다"며 다시 그 혼자 두고 뒤돌아 떨어져 나와서 구멍을

반 감은 눈으로 살짝 들여다보니 별안간 어둠 깊은 곳의 그의 몸태가

우아한 실선처럼 느껴져 화들짝 놀라는,

또 뭐 그런.




그렇게 나와 혼자 토끼굴 앞에 치커리 매달아놓은 놓고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엉덩이 방방 대며 버티고 앉아

마냥 신이 나서 흥분에 가득 찬 눈동자 번쩍번쩍 굴려대는,


나는



이리 숨고 저리 숨지만 찾고 찾는

숨바꼭질이 재밌는 잴리스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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