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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Jan 16. 2023

마라

3장. 혼자 살지 마라

04. 사람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한자의 사람 인자인 人은 두 개체가 서로를 떠받들며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서로 부대끼며 관계를 이루고 산다. 좁게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크게는 사회 공동체 속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부부 사이든 직장에서건 갈등 없이 원활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일에 대한 스트레스야 그 일이 끝나면 해결이 될 것이니 약과다. 견딜 만하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그 몇 곱절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이기적이다. 자기중심적인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갈등이 야기된다. 싸움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누군가가 져주어야만 한다. 둘 다 팽팽하게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한 원만한 해결은 어렵다. 처음에는 견해의 차이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정싸움으로 까지 치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싸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되면 원래 문제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쾌쾌 묵은 감정까지 들추어 내 치졸한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똥 낀 놈이 성낸다.’라는 말이 있다. 대개 먼저 화를 내는 쪽이 실상은 밀리는 쪽이다. 그러나 감정싸움으로 가면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 모두가 너덜너덜 해지기 때문이다. 결국엔 서로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되고 서로 원수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너무도 상대를 할퀴어 놓아 사과를 하기에도 버겁게 된다. 이쯤 되면 흔히들 요단강을 건넜다고 한다.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는 걸까? 타이밍을 놓친 때문이다. 대개 이 정도의 사태가 벌어지기까지는 서로의 갈등의 골이 아주 많이 패인 상태이다. 그동안 누르고 있던 갈등과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그 안에 해결할 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놓쳐버린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아예 무시하고 있었을 때 일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저 잘 이해하고 있겠거니 하는 안이함이나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 경우이다. 아내의 불만이 무엇인지도 심지어 불만이 있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무딘 남자가 많다. 늘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덤덤하게 있어도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라 속은 모른다.”


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느 날 그것이 폭발하는 날 모든 게 박살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남자와 여자는 그 생각하는 뇌구조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존 그레이는 남자와 여자가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고 지각하고 반응하고 행동하고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달리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뇌구조가 다르다고 보야야 한다. 화성과 금성 같은 각기 다른 별에서 온 서로가 완전히 다른 종족이라는 말이다. 그는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거나 맞서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그 대신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당신과 다르다는 걸 기억하고 그 차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한다.  

 2012년 미국 필라델피아대학교 의과대 라치니 버마(Ragini Verma)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남녀 차이가 뚜렷하다는 발표를 했다. 물론 차이가 없다고 하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존 그레이의 말에 공감을 갖는다. 내가 보기에도 남자들은 멀리 보고 있는 반면 여자들은 바로 발아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즉 남자는 미래를 보는 반면 여자는 현실을 보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남자가 10년 뒤의 우리 가족의 행복을 바라보고 뛰고 있을 때 여자는 지금이 중요한 것이다. 미래의 행복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자는 일을 쫒고 있는 동안 자신은 가족과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은 아내가 그를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아내는 육아에 가사에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기대고 싶다. 그런데 남편은 없다. 우울증이 오거나 극한 경우는 바람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남자들은 이해가 안 된다. 지금 내가 누굴 위해 이러고 있느냐고 항변한다. 나만 잘 살려고 이러는 줄 아느냐고 화를 낸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의 생각이다. 아내들은 지금 현재 당장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 적이 있는가? 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그 어떤 일보다 힘들었다. 거기에다 온갖 집안 잡일을 다 해야 한다. 한국 남자들은 그녀들에게 늘 집에서 논다고 얘길 한다. 그렇다고 돌보미를 들이고 일을 나갔겠노라 하면 그것 또한 못하게 막는다. 

부부는 어차피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서로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대안이다. 이혼은 결코 부부갈등의 해결책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 간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게 좋다. 특히, 부부간의 시간을 많이 갖고 대화를 많이 하라. 그리고 위로하고 격려하라. 그 누구보다도 당신의 배우자만 한 이는 없다. 우리는 황금을 손에 들고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잃어버린 뒤에 그것이 황금이었음을 안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가끔 한다. 연애 초기에는 서로를 죽을 것처럼 원하다가 살다 보면 시들해진다. 장점보다 단점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다. 신혼 때는 부인이 쌀 씻는 소리가 “잡숫고 살찌소. 잡숫고 살찌소.”로 들리다가 어느 날부터는 “쳐 묵든지 말든지. 쳐 묵든지 말든지.”로 들린다고 하지 않는가?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지겨울 것이다. 새로운 연인이 그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달콤한 독배란 걸 알아야 한다. 당신 옆의 초라한 배우자를 보라. 당신은 그에게 최고의 동반자이다. 당신만이 그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이 일화를 들은 적이 있는가? 


 어느 강의에 가정에 갈등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교수는 그녀들에게 당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중년 여인을 불러내 칠판에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그 여인은 한 사람씩 적어 나갔습니다.


아들 친정엄마 친정아버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친구.... 

여인은 한 사람씩 적어 나가다가 한참을 생각한 뒤 마지막에 ‘남편’을 적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잠시 후 교수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중 지금 없어도 될 것 같은 가장 덜 중요한 한 사람을 지워보십시오. 여인은 시누이를 지웠습니다. 그다음 한 사람을 지워보십시오. 한참을 생각하다가 한 사람을 지웠습니다. 또 한 사람을 지우십시오. 이렇게 지워 나간 사이 어느 듯 네 사람만 남았습니다.


아들 친정엄마 친정아버지 남편  


이제 또 한 사람을 지우십시오. 강의장은 어느새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친정아버지를 지웠습니다. 그다음은 친정엄마를 지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들과 남편이었습니다.

교수가 말했습니다. 이제 또 한 사람을 지우십시오. 그것은 너무나 잔인하게 들렸습니다.

그 순간 여인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교수의 냉정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한 사람을 지우십시오.”


 여인은 결심한 듯 한 사람을 지웠습니다. 칠판에 남은 것은 누구였을까요? 여러분은 누구일 것 같습니까? 여인은 하나를 지우고 나서 주저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강의실의 모두도 울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교수는 여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칠판에 남은 사람은 다름이 아닌 ‘남편’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누굴 지우고 누굴 남겼습니까? 

그때 교수가 그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왜 남편을 지우지 않고 아들을 지웠습니까?”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친정엄마와 친정아버지는 곧 연세가 들어 돌아가실 수밖에 없으니 헤어짐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말끝을 흐리며 다시 흐느낍니다. 잠시 후 진정을 하고 그녀가 말을 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아들도 자기의 사랑을 찾아 나를 떠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내 곁을 떠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에 내 곁에 남을 사람은 다름 아닌 여러분의 배우자입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나의 배우자와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상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거니까요. 서로 자기 입장만 보고 있는 겁니다.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내게는 문제가 없을까요? 상대는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씀드리고픈 것은 나를 내려놓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분은 분명히 생각이 있으신 분일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고 읽고 있는 중이 자나요.

 

 나와 그를 떠나서 멀찍이 떨어져 우리를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나와 그와 내 아이들과 내 주위의 모든 이들을 한 번씩 둘러보세요. 그들이 모두 내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 인 것입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상대도 바뀌지 않습니다. 우선 나를 둘러보고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모두가 내가 아껴야 할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 주세요. 사랑의 샘이 되어주세요. 우리는 함께 할 때 제일 행복한 것입니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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