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영의 <어른이 된다는 게>
사진 속 웃고 있는 아인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어른이 된다는 건 이렇게
슬퍼도 웃어야 하는 걸까
- 김나영 <어른이 된다는 게> 中 -
종종, 내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앨범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진 속 일들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티 없이 맑게 웃고 있던 모습을 보면, 그 당시 행복감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보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에 사로 잡힌다.
'30년 후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세요.'
어렸을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주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담대한 생각을 가졌던 그때, 항상 원대한 꿈을 꿨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 뛰어난 개발로 상을 받는 과학자,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 등... 스쳐 지나갔던 많은 꿈이 있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하다.
누구든지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갈수록 늘어만 가는 건 '포기'와 '타협'이었다.
받아쓰길 잘하는 게
더 이상 자랑이 아니게 되고
키는 한참 더 자랐는데
자랑할 일은 사라져 가네
- 김나영 <어른이 된다는 게> 中 -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칭찬받았던 그때.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늘 칭찬으로 둘러싸여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은 칭찬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처음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뭐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실수하면 무수히 많은 비난이 쏟아지지만, 해내면 아무것도 없다. 그건 그냥 당연한 일이다.
포기와 타협으로 이루어진 현실, 그리고 칭찬 한마디 듣지 못하는 이 잔혹한 현실 속에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인생은 장항준처럼!
요즘 각광받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한 방송에 출연한 장항준 감독의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다. 장항준 감독은 사소한 일에도 '와 선방했구나!'를 외친다고 한다. 고등학교 입학, 대학교 입학, 대학교 졸업 등등...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공부도 못했는데 고등학교를 입학했다니 '와 선방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칭찬한다. 어렸을 적 꿈처럼 살고 있지 않지만, 걸음마도 못 떼던 때를 지나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우리 모두 선방한 것이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선방했다.
어쩌면 노래 속 주인공처럼 현실에 지쳐버린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한마디 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