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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숙 Jul 24. 2021

이 세상을 살아가는 미운 아기 오리에게

-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 미운 아기 오리

똑똑똑

심리상담사인 루다의 하루는 항상 노크 소리로 시작된다. 매일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들고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달랐다. 노크 소리 대신 상담실 앞으로 배달된 편지 한 통이 루다의 아침을 열었다.


보낸이에는 '미운 아기 오리'라고 적혀 있었다. 루다는 보낸이를 보자마자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을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루다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아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지금도 끊임없이 괴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항상 선생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를 미운 아기 오리로 만든  바로  자신이라는  ... 처음  말을 들었을 ,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이 띵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해심이 많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어요. 누가 나에게 잘못해도, 실수를 한다고 해도 '괜찮아. 그럴  있지.'라는 말을 많이 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저는 제게  번도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더라고요. 똑같은 실수를 해도 제가 하면, 저는  자신에게 악담을 퍼부었어요. '거봐, 거는 이것밖에  되는 사람이야. 이러니까 네가  모양  꼴이지.', '어떻게 이것밖에 못할  있지.  정말 쓸모없는 존재야.' 이렇게 글로 써보니 정말 어마 무시한 말들인데, 저는  말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더군요.

심지어 실수할 때뿐만이 아니었어요. 평소에도 계속 끊이지 않았죠. 예쁜 사람을 보거나,  살고 있는 친구를 우연히 만나거나 TV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도 그랬죠.  사람들은 저렇게 멋지게 사는데 나는  이러고 있냐고  한참 동안 저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 나를 위한 말이야. 자극을 받아야 발전하지.'라며  자신을 속이기까지 했어요.

그런데요, 선생님. 자극은커녕 변하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오히려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럼  저는 저에게 '나는  이렇게 나약하지. 의지가 아주 박약이야. 이렇게 해서 어떻게 살려고 하는 거야.'라며 저를  채찍질했어요.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와중에 나는 원래 이렇게 못난 사람이니까 평생 이렇게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못난 행동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무리에서도 멀어진 저를 발견했어요. 거기다 남들도 저를 무시하기 일쑤였죠.  자신한테서만 듣던 말이었는데,  말들이 이젠 제삼자의 입을 통해서까지 전해지는 거예요.

도무지 나아지지 않던 상황 속에서 선생님을 만났죠. 마지막으로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잡으려고 상담실 문을 두드렸죠. 달라지고 싶었어요.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백조라는  입증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미운 아기 오리지만, 사실은 우아한 백조였다는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저는 처음부터 백조이고 싶었나 봐요. 어떠한 노력도 없이 고상하고 빛나는 완벽한 백조요. 하지만, 사실 백조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거무튀튀한 털들이 하얗게 변하는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우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자태를 가지게 되는데, 저는 그걸 몰랐어요. 백조는 처음부터 백조인  알았죠.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옭아맸던 거예요.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도달할 차례였는데, 저는  기다림을 견디지 못했던 거죠.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빠른 결과 도출에만 집착하고 있었어요. 제가 비교했던 대상들도 무수한 노력을 거쳐  자리에 있는 건데 저는 그걸 간과했어요.

선생님, 결국 제가 백조인지 오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저 저를 믿고, 저의 길을 묵묵하게 간다면 언젠가는 백조가 되든 오리가 되든 멋지게 성장해 이곳저곳을 누비며 살아갈 날이 오겠죠.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제가 열심히  하루들이 모여 언젠가 빛날 날을 위해서요.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미운 아기 오리에요. 하지만, 저는 예전처럼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그저 어엿한 백조 또는 오리로 성장하기 위해  걸음씩 나아뿐이랍니다.

- 추신 -
"백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운 아기오리일때가 필요하다."
선생님, 만약 과거의 저와 같은 미운 아기 오리가 상담실의 문을 두드린다면  이야기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운 아기 오리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루다는 생각했다.


자신 역시도 아직 성장하지 못한 미운 아기 오리라는 것을. 아마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한, 우리는 일평생 미운 아기 오리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반짝 빛나는 결과보다는 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더욱 중시하며 이를 즐기면서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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