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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작가 Sep 04. 2021

당신의 예민함이 까칠함이 되지 않기 위하여!

"샷은 디카페인으로 부탁드리고요,

 우유는 저지방으로 바꿔주세요,

 시럽은 한 번만 넣어주시겠어요?

 아~그리고 얼음은 반만 넣어주세요."


  커피 주문할 때 내가 하는 대사이다. 커피 하나 마시는데 무슨 요구 사항이 그리 많냐고?!

  예전엔 뒤에 기다리는 사람한테 눈치도 보이고, 동료가 까탈스럽다고 생각할까 싶어 그냥 주는 대로 마셨다.

 

  시럽 한 번이 충분히 달고 얼음의 찬 기운보다는 냉장의 시원한 정도가 딱 좋고, 일반 우유는 느끼하다. 이쯤 되면 커피는 포기해야 할까?!


  커피 한잔에도 옵션이 몇 개씩 따라붙는 것이 까탈스러움인지도 모른다. 그냥 대충 마셔도 되는데 피곤하다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내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닝커피로도 밤을 꼴딱 새우고, 역류성 식도염이 도지고, 얼음물 한잔에도 목이 붓고 얼굴이 푸석푸석해진다.


  이혜영의 다리가 12억의 보험에 들어 있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그녀가 평소 다치지 않게 슬랙스를 주로 입는다면 왜 저리 예민하게 구냐고 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예민함을 더 이상 애석해하지 않기로 했다.


  뾰족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지점을 잘 발현하면 재능이 될 수 있다. 하모니를 듣기만 해도 음계를 맞추는 사람을 우리는 절대 음감이라고 부른다. 유명 소믈리에의 미각은 어떠한가. 오감이 섬세한 사람들은 예술가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모두가 표준이라고 말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다른 이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둥글둥글한 게 선이라고 믿는 관념에 의해 우리 안의 예민성이 뭉개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녀들의 예민함, 당신 안의 뾰족한 지점들을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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