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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선배 Jun 03. 2024

제대로 씨와 나름대로 씨

올레아또와 섬머 베리 레모네이드 리프레셔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

톨스토이의 말이라고 한다


취향이라는 말에 올레아또를 떠올린다

미국 스타벅스 메뉴에 올리브유 커피가 있다고 했다

커피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한 스푼 (15ml) 섞는다는 것이었다

또 그냥 우유대신 꼭 오트밀 우유여야 한다고 했다

하워드 슐츠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시칠리아 사람들의 식생활을 보고 얻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엄마 스타일일 거라며 아이가 추천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에는 출시 예정이 없다고 하니 더 마셔보고 싶었다


딸이 토요일마다 자원봉사하고 있던 렌윅 갤러리에 들렀던 날을 디데이로 정했다


렌윅갤러리는 스미소니언 소속이지만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했다

주로 공예품을 전시하는데 갤러리의 이미지는 단순히 전시의 기능만이 아니라 이념적, 정치적 주장을 펴는 공간 같다고 느껴졌다

또 작가와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분위기가 멋있었다

가족과 사회의 역사에서 발견한 가치들을 직설적이고도 강렬한 색채로 나타낸 작품들이 공간에 긴장과 여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유리, 천, 가죽, 나무... 다양한 재료들이 충격적이고 굳세고도 진실한 모습으로 있었다

의자마저 노동의 역동이 느껴졌었다


갤러리를 나오니 길 건너에 화이트하우스가 보였다 흐린 하늘 아래 화이트하우스는 폭풍을 품은 고요 같았다

security 근무복을 입은 사람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이는 갤러리에서도 특별한 상황에 대비해 대피를 교육한다고 했다

봉사자는 관람객과 같이 먼저 탈출하도록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하우스 히스토리 샵에 들렀다

시간은 기념이라는 말에 가치를 더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추억하려고 화이트하우스가  도톰하게 그려진 책갈피를 고르고 머그컵도 샀다


그리고 스타벅스로 갔다

올레아또!

코는 커피향보다 올리브 오일 냄새를 먼저 느꼈다

따뜻한 커피는 부드러운 거품으로 덮여있었다

액체가 움직이는 모습은 약간 걸쭉한 찰진 듯 그랬다

순하고 고소하고 마실수록 든든했


재미였다

얼마나 기대했는지 설레었는지 관심이 갔었는지...

올리브 오일과 커피, 따로 즐기던 두 가지 재료의 조합이라니 기꺼이 호기심이 일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관장라떼라는 별명에도 끌렸다

올레아또를 마신 사람들이 부작용으로 항의를 했다는데 나는 오히려 시원한 효과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파란색 음료를 골랐다

이름은 섬머 베리 레모네이드 리프레셔였다

긴 이름이 선명하고 시원하게 이미지로 그려졌다

색으로 맛으로 선명한 개성을 보여주는 음료는 하늘색 쭈쭈바 맛이라고 했다

안에 든 빨간색 알갱이는 아주 작은 물풍선 같았는데 베리즙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즐거움으로 신난 딸과의 데이트

우리는 각자 선택한 메뉴처럼 온도도 색도 맛도 달랐다


예전에 우리는 나름대로 씨와 제대로 씨였다

엄마는 늘 '제대로'를 요구했다

그때마다 딸은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제대로를 말하는 엄마가 없으니 처음에는 미국생활이 너무나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문득 자기 상황을 자각하게 됐고 지금은 확실히 자기 돌봄의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와 제대로!

서로 다른 음료를 즐기며 함께 있어서 기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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