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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선배 Jun 30. 2024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속앓이를 내려놓기 전에 시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게 오는 말과 글, 무형의 언어를 환영하기로 한다

 

벨이 울렸다

불에 올려놓은 감자를 다 끓였다는 신호였다

미리 정해둔 시간은 감자를 다 익혔을 것이다

15분을 입력했다

찜 솥이 달궈지고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가 퍼지며 단단한 재료를 무르게 만들 시간.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오랜 경험이 말해주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잘 씻은 감자를 4등분 했다

원래 가지고 있는 덩어리의 중심을 쪼개서 여러 개로 나눈 것이다


얼른 뚜껑을 열어보기 전 솥 안에 남아있는 온도가 급히 사라지지 않도록 조금 기다린다

땅에서 버텨야 했던 열매의 팽팽함을 조금 더 촉촉하게  풀어줄 것이다


시간은 감자 속으로 들어간다

뜨거운 김을 올려서 속을 쓰다듬는 것이다

불투명의 녹말이 옅은 물빛을 묻히면 새로운 질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게 계절이 오는 것이다


시간이 가져올 변화를 처음에는 모른다

사람들은 언제쯤 익을지 찔러보면 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익기도 전에 뚜껑을 열고 자꾸 찔러보기만 했던 것이다

열기에 뜨거워도 손에 잡은 젓가락을 놓지 못했었다

속앓이를 내려놓기 전에 시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익는다는 것은 불이 꺼지고도 잠시 기다리는 일이다

겪으면서 몸에 새긴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찜 솥뚜껑을 연다

"환영합니다"

시간이 포슬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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