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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J Oct 30. 2024

사는 냄새 피우기, 안녕소스

누구에게나 만능소스가 있다


옆집 할머니는 날마다 생선을 굽는다

저녁시간이 되면 생선 굽는 냄새가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

비린내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노크도 없이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어김없이 다녀간다


옆집 할머니는 걸음이 불편하셔서 지팡이를 짚고 어렵게 거동하셔도 늘 미소가 가득하시다

뵐 때마다 반갑다

분리수거하는 날에도 직접 나오신다

도와드리려고 하면 운동삼아 하는 일이라고 사양하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틀인가? 사흘쯤 됐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는 불안하다

왜지?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디 가셨나?

괜히 걱정이 앞선다

날마다 번지는 비린내에 많이도 투덜댔었다

그런데 냄새가 끊기니 자꾸 마음이 쓰였다


생선 냄새가 나기 전에는 종이접기 할머니가 계셨다

혼자 사셨는데 도라지꽃처럼 참 단정하신 분이었다

만날 때는 종이로 접은 꽃을 선물로 주시고 가끔 집으로 초대해서 종이꽃들이 만발한 전시 방을 보여주곤 하셨다

할머니의 정원은 언제나 은은한 향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할머니는 문 밖에 서성이는 날이 많아졌다

아들이 자주 다녀갔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종이꽃을 피우고 돌보는 일도 어려워하셨다

주인을 잃은 꽃들은 향기를 멈췄다

그리고 곧 요양원으로 가셨다고 했다

그렇게 할머니와 안녕이었다


...

오늘 다시 생선 굽는 냄새가 난다

분명히 할머니가 돌아오셨다는 뜻이다

냄새는 나에게 제일 먼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환풍기를 켜고 공기청정기 파워를 올리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 밤은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그리운 때다

사는 냄새를 피우며 살기로 하자

그것은 '안녕' 인사를 나누는 일이다

어떤 재료에도 잘 어울리는 만능소스가 누구에게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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