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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J Nov 01. 2024

쌀국수와 모닝글로리볶음을 주문해요

죽음은 삶의 동력이다


레이첼 멘지스와 로이 멘지스의 저서, [죽음의 심리학]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우리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켰는가?'에 대해 답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종교 신념 체계를 창조한 것입니다

종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선호도 높은 죽음의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어떤 신념 체계보다도 더 많은 죽음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죠


두 번째는 문화적 관습과 신념 체계입니다

문화 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에서 죽음의 공포에 집중하면서 인간을 '항문이 달린 신'으로 묘사하고 있죠

인류가 죽음에 대한 영리한 방어책을 발명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문화'입니다


인간이 공유하는 문화적 세계관은 의미 없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한다. 문화가 제공하는 정부, 교육, 종교 체계와 여러 의식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인간의 하찮음을 잊고 영원의 환상을 품게 된다. 문화를 믿는다면 나는 단순히 한 인간이 아니라 더 위대한 것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죽음의 심리학 p82


세 번째는 예술작품이나 피라미드 같은 불멸성 프로젝트와 창작물입니다

더불어 문학작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로 불러일으킨 기억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은 없다. 가장 단단한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도, 금을 입힌 궁전도, 인간의 노력으로 만든 어떤 산물도 결국 사라진다. 모든 것이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그러나 그의 시는 영원히 존재한다고, 셰익스피어는 선언한다.- 죽음의 심리학 p138


다음은 존재론적 고통을 치유하는 약으로 깊은 사랑과 애착입니다

불멸성을 추구하는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사랑은 또 다른 분리 공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데요

인간은 끊임없이 건강을 위해 투쟁하고 이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많은 건강 보조제와 광고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이 죽음을 가장 당당하게 방어하는 방법으로 자존감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자존감이라는 '죽음의 방패'는 반대로 환상을 자극해서 헛되고 높은 영웅주의를 낳기도 한다고 하니 주의해야겠네요


어쨌든 저자는 죽음이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일상적 영웅주의'를 배우길 조언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음에 눈뜨길 바라는 것이죠

'인간의 모든 죄악과 비열함과 비겁함의 뿌리는 죽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인 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하수의 별들을 바라보지만, 결국은 죽는다. 갓 태어난 아들딸의 얼굴도 보며 미소 짓지만, 결국은 죽는다. 다른 이와 몸을 맞대고 깊이 사랑하고 또 사랑받지만, 그래도 결국은 죽는다.

- 죽음의 심리학 p13


모든 것은 태어나고 사라집니다

태어남은 죽음이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거겠지요

필연성은 공포와 불안을 퍼뜨리지만 유한자로서의 열망과 열정을 가르쳐 주기도 하니까요

책을 읽으며 죽음이 삶에 큰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생일에 국수를 먹는 풍습을 생각해 봅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기원이죠

오늘은 쌀국수를 주문하고 모닝글로리 볶음도 곁들입니다

탄생과 삶의 용기를 축하하는 의미입니다

'글로리' 한 아침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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