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는 핑계가 많아서 좋았다. 그 핑계가 천문학이어서 놀라웠다. 별별 핑계, 별난 허세, 그리고 특별한 위로. 책의 저자 조승현은 허세의 달인이다. 핑계대기의 대가다. 그래서 나는 책과 첫 만남임에도 우주의 비밀에 푹 빠지고 말았다. 삶을 살아가는 그의 솜씨에도 반했다. 어떤 이야기든 천문학으로 빠지는 제멋대로, 제멋에 겨운, 흥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작가 조승현의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다. 얼마 전 새 책 소식이 있었고 리뷰 이벤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구 중력 때문일까? 태양열의 방사선 때문일까? 별똥별이 떨어졌던 지난밤 꿈 탓일까? 처음으로 책 리뷰어로 뽑히길 바라며 신청을 했다. 그리고 메일이 왔다. 드디어 리뷰를 쓸 기회를 얻었다. 미리 책을 사서 읽었다. 덕분에 짜릿하고 별나게 휴일을 시작했다.
조승현의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는 뻔뻔하다. 누구든 준비 없이도 우주대 모험에 탑승하게 된다. 시야를 열고 밤하늘에 꼭꼭 숨은 별을 찾아서 보여준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하늘을 돌려보고 삶을 향해 돌아오는 돌려차기 같다. 비명과 탄성, 불안과 기대, 추락과 낙하... 손바닥만 뒤집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삶의 기술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더욱 천문대 대장님이 흔드는 깃발에 신이 나는 것이다.
그의 핑계는 거창하고 믿음직하다. 날렵하게 치고 빠지는 펀치다. 휘파람 한 번이면 삶을 열고 밥 냄새, 사람 냄새를 불러낸다. 저자의 표현처럼 '충돌하지만 부딪치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들려주는 별과 우주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다. 지구에서의 항상성을 위해 언제나 빛을 내는 항성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덕분에 별들이 주렁주렁 열린 공간을 탐험하는 기쁨을 누렸다. 생소한 천문학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준 작가님께 감사하다. 그리하여 내가 지구별에 태어나고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어쩌면 살다가 별처럼 폭발하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생이 끝나는 순간에 폭발로 생긴 빛과 무거운 원소들로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되는 것이다. 아웅다웅을 잊고 우주 속의 나를 보는 일, 마음이 저절로 누그러지고 느긋해지는 느낌이다.
'별의 죽음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다채로운 지구의 모습과 다양한 생명 형태들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인 것이다.'
-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p220 (주)비전비엔 ㆍ애플북스
가장 반짝이는 별은 지금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진리를 발견한다. 더불어 유쾌함도 충전한다.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를 읽는 시간은 뻔뻔하고 거창하고 날렵한 천문학 여행이었다. 작가님께 받을 책은 딸에게 주기로 했다. 우리는 별 보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삶과 하이파이브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읽어야 할 책이다. 채근하지 않는 간결한 행복을 속삭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