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풀리아지방 여행 중에 다녀온 마테라를 그려 보았습니다. 마테라는 정확하게 말한다면 풀리아에 속해 있지는 않습니다만, 경계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풀리아까지 갔다가 이곳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후회가 될 만한 곳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곳이거든요
이곳을 다녀온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언젠가 한번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마테라 풍경을 그려보겠다고 덤벼들지 않았겠습니까. 언덕 위의 성당탑을 너무 작게 그렸습니다. 그 비율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복잡한 역사지구를 그리게 되었지 뭡니까. 첫 단추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우리 집 꼬맹이와 홍여사는 ‘변태 같은 그림‘이라고 합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쪼끄만 선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서 그랬을 테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리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변태 같군요.
이번 그림은 밑그림 없이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그리다가 조금 틀려도 그 집이 그 집 같아서 아무 데나 넣어도 되는 일이라서요. 이 그림을 보고 실제 사진에 나오는 집의 위치가 틀렸다고 하지 마세요. 그냥 마테라가 이런 분위기의 동네로군 하고 느껴주세요.
사실 이런 그림보다는 틀리면 티가 확 나는 그림이 더 어렵습니다. 구도와 소실점, 원근감, 뭐 이런 게 틀리면 아주 어색하게 보이거든요. 제가 반 고흐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과생이라서 그럴까요. 그런 문제에 좀 더 민감한 거 같습니다.
가끔은 사람이 들어있는 그림도 그리지만, 없는 상태로 건물만 그리는 게 아주 편합니다. 사람이 얼쩡거리면 은근히 어렵고 피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