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본지가 언제더냐
단조로우면서 쓸데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생각도 안 하게 되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마음은 평화롭지만 뭔가 할 일을 하지 않아 찜찜한 기분입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아타락시아가 이런 상태이려나요. 고통의 부재, 마음의 평화, 해야 할 일을 뒤로 마음껏 밀어두어도 부담이 없는 상태는 개뿔. 그냥 게으른거지요.
글은 쓰지 않으면서도 머리를 혹은 마음을 덜 써도 되는 그림은 가끔 이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심심한 저녁에 이렇게 한 선, 한 선 꾸준하게 이어나가다 보면 그림이 되어 주는 것이 고맙습니다. 제 글을 기다리는 분이 계실 것 같지는 않지만 근황은 가끔씩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그림이라도 올려봅니다.
시에나입니다. 지난봄 토스카나 도보여행을 시작할 때 스쳐 지나간 곳입니다. 시에나는 이미 몇 번을 가봐서 그리 새롭지 않은 곳입니다.(이렇게 말하니 좀 재수없군요) 이번에는 시에나의 얼굴 같은 캄포광장과 두오모 대신 도시의 뒤태를 그려보았습니다. 캄포광장 밖으로 나가면 시장(메르카토)이 있습니다. 지대가 살짝 낮아서 이곳에서 올려다보면 대충 이런 풍경이 보입니다. 시에나는 피렌체와 더불어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도시였습니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 경쟁을 하던 피렌체는 비교적 선방하였으나, 시에나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후로 토스카나의 주도권을 피렌체에 빼앗긴 채 지금껏 2등으로 지내고 있지만,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 소도시입니다.
피렌체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기차도 가긴 하는데, 버스가 좋습니다. 기차역에서 역사지구까지는 거리가 꽤 되거든요. 버스는 역사지구 바로 코 앞에 내려줍니다. 시에나를 대중교통으로 갈 때는 버스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으음. 브런치 이웃이신 윤슬님. 숙제검사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연필로 희미하게 선을 먼저 넣고 시작하려다가 급 귀찮아져서 그냥 그렸습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부분 확대해 가면서 그리다 보니, 실제 건물의 비율과는 좀 다르게 되었군요. 뭐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그림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