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Jan 05. 2024

아이와 함께 경제공부?

첫 번째 이야기가 되었으면.

   분을 참지 못한 홍여사는 아이와 말다툼을 했다. 이때는 나서지 말고 모른척하고 있는 것이 상수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분쟁의 원인은 아이 공부이다. 아이는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홍여사는 그것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요지는 남들 다 나오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이의 대답은 일관적이다. ‘공부를 하지 않았으므로 혹은 공부할 체질이 아니므로 부러워할 만한 명문대학을 갈 수는 없다.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도 받아 줄 정도의 대학이라면 다니지 않는 만 못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알바를 하는 것과 대학을 나오고 같은 상태인 것과 뭐가 다르냐. 대학을 다니느라 버린 시간과 돈이 아까울 뿐이다.’ 라는 것이 아이의 답변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만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뿐이다.


   두 여자가 뿜어내는 냉랭한 기운을 참지 못하는 나로서는 뭔가 조정을 해야 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리고 그 방법이 아이가 해 볼 만한 것이라면? 답을 찾는다 라기 보다는 아이에게 좋은 습관이라도 붙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을 붙이는 데 필요한 것은 당근. 적절한 보상이다. 아이에게 책 읽기 습관이라도 붙여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당근 중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돈'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사교육이란 것을 별로 경험해 보지 않았다. 학원, 과외 등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공부할 마음'이 없는 아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써야 했을 돈을 쓰지 않았으니 고스란히 남아 있다.


"쩡아, 너한테 오천만 원이 생기면 어떨 것 같니?"


눈을 동그래지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나 하는 눈치이다. 사교육에 쓰려고 했던 돈이 그대로 남아서 네가 만 20세가 되면 주려고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반드시 경제적 자립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쳇, 그럼 그렇지. 내 맘대로 쓰지 못한다는 거잖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오천만 원을 지금 금방 쓰지는 못하지만, 이걸 잘 활용하면 좀 더 빨리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도 있거든. 경제적 독립을 이룬 후에는 맘껏 써도 되지.

이리 와 봐.”


호기심이 남아 있는가 보다. 순순히 노트북 앞으로 다가온다.

일단 한 달 생활비가 얼마가 필요한지를 계산해 주었다. '이렇게나 많이 필요해' 하는 눈치이다.

이번엔 오천만 원의 종잣돈을 가지고 이율 3% 투자를 할 경우 10년, 20년, 30년 후의 금액을 엑셀로 만들어 주었다.

"이건 정말 게으른 투자야. 그냥 귀찮으니깐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 넣어두고 기다리는 거야."

결과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30년이 되어도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부족하다.  

이번엔 6%로, 또 다음엔 9%의 수익률을 가지고 동일한 표를 만들어 보여 주었다.


"—-우와"

"좋네. 그런데 말이야. 6% 이상의 수익을 올리려면 노력을 해야 해. 경제와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모르면 6%가 아니라 -10%가 되어서 써보지도 못하고 종잣돈이 사라지게 되는 거야."

"—-그건 별로네"

"그치 완전 별로지. 그렇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 해. 공부하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건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공부랑은 완전히 달라. 이런 공부하려면 어디를 찾아봐야 할까?“

—-"....."

"유튜브?"

"—- 아. 거기서 찾아보면 되는 거야?"

"물론 유튜브에도 있겠지만, 완전 비추야. 유튜브의 지식들은 일단 체계적이지가 않아. 단편적인 지식들이 이곳저곳에 나누어져 있고, 개인적인 의견인 경우도 많아서 이것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굉장히 비효율적이야. 게다가 진짜 문제는 유튜브의 지식은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거야"

—-"....."

"한 방향으로 지식이 주입되는 것은 세뇌를 시키는 것과 같아. 자기 생각이 없어지고 남의 생각에 휘둘리기 쉽다는 거지. 유튜브는 쉼 없이 동영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생각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아. 책이 좋겠어. 책은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어볼 수 있고, 멈추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멈추고 옆에 자기 생각을 적어둘 수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아. 책을 읽도록 하자"

"—- 으으……근데 무슨 책을 읽어?"

"서점에 가서 찾아봐야지. 너에게 맞는 책이 어떤 게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가서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 거야. 처음부터 어려운 책은 곤란하겠지. 무거운 역기를 들 때에도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면서 몸에 근육을 붙인 다음 무거운 것으로 옮기는 것처럼, 책 읽기도 처음엔 쉬운 거부터 읽어야 해. 생각하는 근육이 생기게 되는 것도 몸의 근육도 다 마찬가지야"

"—- 책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안 되나"

"그래도 괜찮은데 처음에는 책을 사는 것이 좋겠어. 도서관 책은 밑줄을 그을 수도, 옆에 메모를 할 수도 없잖아. 공부하려는 책은 자기 책을 사서 하는 것이 맞을 거 같은데. 책 살 돈은 내가 주지. 네가 서점에 가서 일단 용돈으로 사가지고 오면, 바로 계좌이체해 줄게."


앞으로 2년간 최소한 1달에 2권의 책을 읽는데, 한 권은 경제 관련 책이어야 하고, 나머지는 자유선택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렇게라도 해서 책을 읽고 차분하게 앉아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근육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아이가 다행스럽게도 따라와 준다면 팔자에 없던 경제공부를 하게 생겼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읽어 낸 경제도서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홍여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바를 시작한 우리 고등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