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내려놓기부터 하자
알바를 하겠다고 선전포고 비슷한 것을 한지 일주일. 드디어 지난주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아이는 샌드위치를 만든다. 이제 홍여사는 일부러 더 화초에 관심을 갖는다. 목대가 제법 길었던 ‘뭐라더라(?)’를 이리 들어보고 저리 들어보고 하다가 결국 부러뜨리고 말았다. 헛헛헛 웃음을 지으며 나를 돌아보면서 웃는 표정인데 울고 있다.(고 느껴졌다)
나는 나대로 해야 할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사라진 우리 집에는 자주 적막이 감돈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비 오는 소리가 들리는 밤이면 냉장고에 재워둔 맥주를 꺼내 나누어 마신다. 그러면서 아내는 오늘도 주문을 외고 있다.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가 화가 많이 나 있는가 보다. 어떤 이유로 화가 나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럴 나이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자매가 있으면 같이 엄마 아빠 흉을 보면서 화를 풀겠지만 외동으로 자란 아이라서 그럴 수가 없다. 며칠 전에는 자기에게 웬만하면 말을 걸지 말아 달란다. 그건 뭐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그러마’ 해주었다.
오늘은 지나가면서 다리를 툭 치고 지나간다. 아는 척하지 않았다. 한번 더 돌아오더니 또 툭 치고 지나간다. 아마 이건 말을 걸어 달라는 신호겠지.
“어이 꽁주, 알고리즘에 대해 알고 있나?”
뜬금없이 ‘그건 왜?’라는 표정이다. 알고리즘이 자기를 알아채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알고리즘을 파괴하려고 뜬금없는 단어를 비반복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아니, 뭐하러 그런 짓을 한 대”
알고리즘이 잠도 안 자면서 가장 흥미로워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 주는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건 있겠지. 누가 자리를 속속들이 알면 무섭지만 알고리즘은 그런 건 아니잖어?
“그건 아닐 걸. 알고리즘이 생각의 편향성을 강화하잖어.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 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방으로 사라진다. 알고리즘을 의심하는 몸짓일까. 아니면 나를 의심하는 몸짓일까.
그나저나, 적당한 관심의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어렵다 어려워
20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