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페 라테 한잔 드실래요?

나의 가장 행복한 시간_아침 카페 라테

아침 6시

아직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이른 아침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떡국을 끓여 내어놓았다. 아침고요 침묵을 깨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떡국을 담은 숟가락은 부지런히 입속으로 들어간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바삐 아침을 들고 남편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다. 


현관에서의 짧은 포옹과 함께 남편을 배웅하고 나면 꺼내놓은 반찬들을 정리하고 나는 카페 라테를 만든다.


집에서 즐기는 카페 라테는 별거 없다.

우유 200ml, 커피스틱 2개(혹은 커피 2티스푼), 달콤한 것을 원한다면 설탕 약간.

우유를 컵에 따르고 전자레인지에서 1분 30초(전력에 따라 약간 다름. 오래 돌릴 경우 부글거리며 끓어오를 수 있다.) 정도 돌리고 커피를 탄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설탕은 넣을 수도, 안 넣을 수도 있다. 


이렇게 카페 라테를 마시게 된 건 2020년 하반기부터다. 예전엔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나또한 수업을 준비해야 했기에 분주했던 하루 시작은 늘 믹스커피로 시작했다. 한잔으로는 부족하여 아침부터 2잔을 내리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만이 느끼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왼쪽 가슴의 통증.


특별한 이상 진단은 아니지만 프림에는 포화지방이 많다고 하니 부작용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믹스커피를 끊었다. 통증은 거짓말처럼 조금씩 사라졌다. 유독 믹스커피만의 영향은 아닐지 몰라도 이유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동안 마셨던 믹스커피의 아쉬움을 어찌 달래나 고민하다가 마시기 시작한 것이 우유에 탄 커피, 카페 라테다.


아직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온 집안의 적막을 가득 안고 카페 라테를 품은 이 시간을 무척 사랑한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시간이다. 출근을 위해 복닥거리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을 깨워 부산스럽게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


이른 아침 나만의 루틴, 카페 라테 시간을 사랑한다.

짧은 성경말씀을 보며

오늘 하루를 상상하고,

도움이 필요한 손길에 소망 가득 품은 기도를 보내기도 한다.


나만의 루틴처럼 이어지는 라테 시간에 추가된 것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다. 간밤에 조회수 통계를 확인하기도 하고, 댓글이나 라이킷 누르고 간 이웃 작가들, 새로 올라 온 작가들의 글을 확인한다. 온통 정치와 코로나 이야기로 가득 채운 뉴스와는 달리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브런치 작가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가 이 속에 모두 담겨있다. 세계 곳곳에 사는 브런치 작가들의 삶을 엿보는 아침, 카페 라테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E 학습터를 막 끝낸 딸아이가 방구석 방콕 놀이도 지쳤는지 내 앞에 앉아 펜을 잡는다. 무엇을 하려는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이 기특하여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뭘 좋아하더라? 잠시 생각했다.


"작가님, 핫쵸코 드릴까요?"

"네"


딸아이의 대답은 간결했다. 연필을 쥔 오른손엔 힘이 들어가 있고, 어떻게 그릴까 고심하고 있는 터라 대답도 길게 할리 없다. 나는 "네. 핫쵸코 준비할게요" 대답하고 '따다다닥~' 가스불을 켜고 우유를 데웠다.


딸아이의 핫쵸코 한잔,

내가 마실 카페 라테 한잔.


따뜻하게 데워진 핫쵸코는 넘실넘실 김이 피어오르고,

딸아이는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마치 오늘이 작품을 끝내야 하는 마감날인 것처럼.


딸아이는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그런 딸을 보는 나도 행복하다.

그림: 선율 / 사진:고경애

이 행복의 순간을 방구석 브런치에 담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느덧 일기장처럼 콘텐츠 쌓여가는 브런치 글을 보며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함박 눈이 오네요~ 카페 라테가 더 어울리는 날입니다.


이전 02화 위기는 기회가 맞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